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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퍼큐버 May 23. 2022

큐브 성능은 더 발전할 수 있을까요?

기술 발전과 체감 성능의 차이

1974년 현재 루빅스 큐브의 기본적인 구조가 정립된 이후 V-큐브는 기본구조에서 탈피한 독특한 구조의 고성능 큐브 시대의 서막을 알렸고 다얀은 토페도라는 폭발방지 구조를 만들었으며 간큐브는 코어의 재질을 실리콘으로 만드는 등 큐브에 할 수 있는 오만가지 독특한 시도들을 했습니다. 이제는 큐브에 자석 붙인 지도 오래고 아예 스프링이 아닌 자석의 척력을 이용한 자기 부상형 장력 시스템까지 등장했죠.

현재 고성능 큐브 구조의 발전을 따라가면 V3가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큐버들은 큐브에 자석이 붙기 시작한 2016~2017년 즈음부터 현재까지 유의미한 성능 향상이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실제로 2016년에 나온 발크3은 자석 하나 붙여서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메인 큐브로 사용되고 있죠. 코너-코어 자석 시스템이나 자기 부상 장력 조절 시스템 등 온갖 신기술로 떡칠된 큐브를 놔두고 나온 지 만으로 6년이 되어가는 큐브를 계속 쓰는 건 속된 말로 노인학대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수준인데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 걸까요?


사실 이런 논의는 예전부터 있어왔습니다. 큐브에 자석을 붙일 생각조차 하지 못하던 2015년에도 큐브가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라는 주제는 큐버들에게 좋은 떡밥이 되었고 그때 내려진 결론은 대부분 더 이상의 유의미한 성능 향상은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당시 큐브와 현재 큐브의 성능 차이는 상당히 많이 벌어졌죠. 그때 당시 최고급 큐브들이 현재 나오는 3000원짜리 메이룽만도 못한 수준일 정도로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런 걸 보면 아직도 성능 향상의 여지는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그 당시와 지금은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숫자로 드러나는 코너컷팅 각도의 차이입니다. 코너컷팅과 역코너컷팅이 모두 불가능한 각도의 범위를 코너컷팅 사각지대라고 부르는데요. 코너컷팅이 50도, 역코너컷팅이 30도라면 사각지대는 10도인 것입니다. 2016년 초까지 일반적인 관리상태에서 코너컷팅 사각지대는 10~20도 정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2016년 중반이 넘어가면서부터 사각지대가 5도 수준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론적으로 가능한 최대치에 거의 가까워진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큐브는 미친 듯이 빨라졌고 그것을 컨트롤하기 위해 자석을 붙였습니다. 예전의 성능 향상이 코너컷팅 사각지대를 줄이는 것이었다면 현재의 성능 향상은 코너컷팅 사각지대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예전에는 이론적으로 발전 가능성 자체가 많이 남아있었다면 현재는 이론상 한계치에 거의 다다랐기 때문에 코너컷팅 각도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는 말이기도 하죠.


여기서 관점의 차이가 발생합니다. 이 관점은 단순히 생각일 수도 있지만 큐버의 핑거 스타일이나 관리 실력 등 여러 가지에 의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신기술이 손에 잘 맞아서 그 신기술이 들어갔다는 것 하나만으로 유의미한 기록 이 좋아지거나 심리적인 만족감을 얻을 수도 있고 신기술들이 기록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거나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코너컷팅 각도에서 발전이 없으니 나머지 부분에서 핑거나 취향의 영향을 매우 많이 받고 있는 것이죠. 예전에는 코너컷팅 각도 자체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했기에 예전에는 본인의 손에는 잘 맞지 않더라도 성능 자체는 좋게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런 부분으로는 다소 애매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큐브의 성능 향상을 마라톤화의 발전에 비유합니다. 마라톤화의 기술력이 향상될수록 전문 마라토너의 기록은 좋아지겠지만 일반인이 그 마라톤화를 신는다고 유의미한 기록 단축의 효과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정말 그럴지도 모릅니다. 큐브 성능 향상은 최상위권 큐버들 정도나 체감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정도 만으로도 유의미한 발전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큐브 성능이 발전했다는 인정을 받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인데요. 이 문제의 답은... 정말 최상위권 큐버가 되어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그 정도가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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