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취학 아동에게 큐브 가르친 이야기 2

이대로 하는 게 맞는 걸까

by 라이벌 큐버

그 아이와 벌써 네 번째 만남을 가졌습니다.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나 힘든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 하루였어요.


네 번째 만남에서는 2x2x2 큐브를 기필코 끝내겠다는 호기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오늘은 아이가 부모님과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커피를 미리 시켜두셨던데, 아쉽게도 제가 커피를 마시지 않아서 정중히 사양하고 감사하게도 아이스티 한 잔을 얻어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어디까지 할 줄 아는지 물어봤을 때, 저의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큐브를 처음 만졌을 때와 전혀 다를 바가 없었거든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나 막막해졌지만, 일단 처음부터 다시 해보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지난번에 배운 게 있어서인지 진도 자체는 빠르게 나갔습니다. 공식 자체도 어느 정도 외우는 것 같더라고요. 따로 시범을 보여주지 않아도 공식을 사용해서 단계를 끝마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오늘은 정말 다 끝낼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이 들었고, 한 단계 넘어서 다른 큐브에 도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칭찬도 많이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그 확신이 물음표로 바뀌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공식까지 알려준 뒤, 큐브를 섞고 처음부터 아는 데까지 맞춰보라고 했을 때부터 문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는 전혀 다른 공식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공식 자체는 제가 가르쳐준 것이 맞지만, 그 공식을 써야 하는 상황이 아니었던 거죠.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공식만 기계적으로 돌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니, 그저 "공식을 써야 한다"는 말만 돌아올 뿐 어떤 순서로 큐브를 맞춰나가야 하는지조차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공식을 배우는 동안 저에게 보여주었던 모습은 대체 무엇이었을까요.


2x2x2 큐브를 맞출 때 알아야 할 공식은 딱 두 개입니다. 윗면과 아랫면을 맞출 때 사용하는 공식 하나와 옆면을 맞출 때 사용하는 공식 하나. 아이가 지금 어려워하는 것은 이 두 개의 공식을 어떤 상황에서 구분해서 사용해야 하는지입니다. 하루에 공식 두 개를 배우는 것이 아이에게 무리였는지, 아니면 그냥 그날따라 집중이 안 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 두 공식이 머릿속에서 완전히 꼬여버린 듯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의 집중력을 키워주려고 바둑학원에 보낸다는 부모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혹시 이 아이가 집중력이나 다른 부분이 부족해서 그걸 고치려고 큐브를 배우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더군요. 물론 너무 앞서 나간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그날따라 집중력이 유난히 흐트러지긴 했지만, 사실 유치원생의 집중력이 오래가지 못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니까요.


아이는 참 해맑습니다. 제삼자가 보면 누가 봐도 하기 싫은 걸 억지로 앉혀놓고 시키는 모습이겠지만, 본인은 끝까지 아니라고 합니다. 다음 주에도 올 거냐고 물어보니 꼭 오겠다고 하네요. 하지만 다음 주에 다시 가르쳐준다고 한들 아이가 얼마나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 '이게 맞는 건가' 싶을 정도인데, 돈을 지불하는 부모님 입장에서는 어떤 생각이실까요. 지금까지의 결과는 그저 처음 보는 대학생이 시간당 비용을 받고 아이와 큐브로 놀아주는 수준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다음 주에도 수업을 하게 된다면, 그때는 아예 다른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수업에 공식 하나와 그 사용 상황을 완벽히 마스터하는 것을 목표로 2회, 혹은 길게는 4회 수업까지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말씀하셔도 큰 미련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의 능력 부족이든 아이의 집중력 부족이든, 제가 예상한 시간 내에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으니까요. 다음 주에는 다른 아이와 부모님과의 과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확실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이번 일을 시행착오라 생각하고, 다음번에는 꼭 '성과'라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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