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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 학대 논란 2편. 아이돌에게 허용되는 통제는?

그래도 학대는 아니라고요. 제발 생각을 좀...

by 라이벌 큐버

https://brunch.co.kr/@ed0f3be0cbf3447/250


이전 글에서 저는 리센느 학대 논란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학대가 없어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가지고 학대의 증거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말이죠. 그 글을 쓰고 배경을 조금 더 찾아본 결과 며칠 전에 올라왔던 한 웹 콘텐츠가 발단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나무위키 서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그 글을 올리기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서술이고 유저들의 토론을 거쳐 지금은 다시 삭제되었습니다.


이것까지 봐야만 정확한 사정을 파악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봤고 보면서 느낀 것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몇 가지 가정을 하고 들어가겠습니다. 웹 콘텐츠는 예능 특성상 재미를 위해 과장되거나 연출된 부분이 항상 존재한다는 점, 그리고 영상에 나온 멤버들의 불만사항이 아예 없는 것을 방송을 위해 만든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상은 연습 중인 리센느 멤버들을 비추며 시작합니다.

열심히 연습했으니 당연히 배가 고프겠죠?

그런데 나온 게 방울토마토랑 오이? 누구 놀리는 것도 아니고 겨우 이걸로 배를 채우라고? 말이 안 됩니다.

멤버들은 먹기가 싫었는지 리더에게 오이를 몰아주네요.


하지만 이건 당연히 연출이겠죠? 예능 좀 보면 알잖아요. 이런 장면은 충분히 연출이 가능하고 모두가 연출이라고 생각하면서 볼 것을 가정하여 만들어지고 출연진들도 그 점을 인지하고 예능용 장면을 만들어줍니다. 꼭 드라마 대본 같은 자세한 대본이나 요구가 없어도 알아서 만들어질 만한 장면입니다. 제가 봤을 땐 연습하는 장면부터 연출입니다. 멤버들이 연습을 안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촬영을 위해 안 해도 될 연습 장면을 만들어 집어넣었을 것이라는 추측이죠.

아무튼 이 참에 회사에 불만사항을 모두 이야기하려는 멤버들.

팀장과 통화 후 바로 장소를 잡아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합니다. 현실이었다면 말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이 모든 게 콘텐츠를 위해 짜인 각본이라면 너무나도 말이 됩니다. 애초에 이것을 위해 이 콘텐츠가 만들어졌고 이거 하려고 촬영도 하고 있죠. 사실 여기서도 매니저 폰으로 연락을 하는 게 좀... 별로긴 하네요.


그렇게 나온 불만사항이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공용폰과 방문

데뷔한 지 1년 반이 다 되어가는 걸그룹이 개인 폰이 없이 공용폰 하나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개인 휴대전화가 있긴 하지만 공기계를 사용하고 있을 뿐인데다 하나의 계정으로 사용하고 있어 개인의 사생활이 모든 멤버에게 공유되는 상황이라는 겁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습니다. 2020년대에 멤버들에게 개인 폰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회사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휴대폰 번호가 없다니... 너무 통제가 심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방문 문제도 있습니다. 멤버들이 몰래 간식 먹는 게 걸려서 방문을 뗐다? 그러면 멤버들의 사생활은 어떻게 되죠. 사생활이 침해당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의도치 않게 다른 멤버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멤버들은 에어컨을 켜도 시원해지지 않는다며 사소한 문제를 제기했지만 이건 생각보다 큰 문제입니다. 멤버들이 한두 명 사는 것도 아니고 5명이 사는데 방이 5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니저도 같이 있는데 방문마저 없애버리면 멤버들의 사생활은 없는 건가요. 영상에서는 마치 멤버들이 동의한 것처럼 이야기하던데 멤버들이 반대를 참 잘도 하겠습니다. 이 분위기와 계약관계에서 어떻게 반대를 합니까. 이건 아닙니다.


나머지는 그냥 예능용 불만으로 WWE 하는 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 영상은 나름대로 현재 아이돌의 처우가 어떤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귀한 영상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리센느의 사례가 일반적인 사례냐고 물어보면 저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신인이라도 말이죠. 다시 말하지만 리센느는 데뷔한 지 1년 반이 다 됐습니다. 마냥 신인이라고 하기도 슬슬 어려워지는 연차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다른 방법이 없지 않을텐데 원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최선인가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이것이 학대라고 볼 수 있냐는 좀 애매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이 영상은 예능의 특성상 일정 수준 이상의 WWE, 짜고 치는 고스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내용을 곧이곧대로 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건 잘못된 겁니다. 방문을 뗐다는 걸 방마다 CCTV 달아놓고 본사에서 감시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이면 안 되고 개인 폰이 없다는 걸 공용폰을 도청하는 수준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해외 팬들이나 아이돌에 원래 관심이 없던 일부 대중들은 이걸 이 정도로 확대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확대해석이 메이의 라이브 중 들렸던 고성에 대한 확대해석과 결합하여 회사가 멤버들을 직접적으로 학대한다는 결론으로 도출된 겁니다. 아이돌에 대한 통제가 너무 과하다는 비판에서 끝났어야 할 것이 밖에서 다른 사람이 싸우는 소리를 멤버들이 남자 매니저에게 학대당하는 장면으로 둔갑한 거죠. 애초에 매니저가 여자인 건 신경 안 쓰고 말이죠.


캣츠아이에서 멤버 일부가 탈퇴했던 것처럼 우리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아이돌 멤버들에 대한 통제가 해외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사실 한국 기준으로도 리센느의 사례는 꽤 통제가 심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해외 팬들이 한국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걸 생각하면 글자만으로는 전달되지 않는 영상의 분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도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학대라는 과격한 단어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이야기하자면 더뮤즈 측에서 멤버들에게 개인 폰 개통도 허용하고 방문도 빨리 달아줬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을 믿어보고 싶습니다. 그거면 되고요. 메이 라이브에 대한 건 해명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이전 게시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소속사랑 사이가 좋은 팬덤은 많지 않습니다. 크고작은 이유로 소속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무조건 있습니다. 사소한 불만에서 그룹의 가장 큰 문제가 소속사라는 강도높은 비난까지 정도가 다양하죠. 그런데 오히려 팬들이 먼저 나서서 우리 대표님이 그럴 리가 없다며 소속사를 옹호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좀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요.

소속사 측에서도 결국 입장문을 냈습니다.

단 이게 오해가 아니라 진짜 학대가 있었는데 숨겼던 거라면? 회사 문 닫을 각오 해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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