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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센느 학대??? 솔직한 심정은요...

여러분들 너무 깨끗한 동네에서 살아오신 듯

by 라이벌 큐버

리센느는 제가 꽤나 관심 있게 보는 그룹 중 하나입니다. 멤버들이 비주얼도 뛰어나고 실력도 좋고 노래의 퀄리티도 상당히 좋고 무엇보다 리더인 원이가 홈 한정이긴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승리요정이기도 하죠. 바이럴? 어느 정도는 동의해요. 하지만 제가 뉴진스를 보는 느낌과는 좀 다릅니다. 뉴진스보다 여러 면에서 낫다고 느껴지는 그룹이에요.


갑자기 논란이 됐습니다. 다행히도 멤버들이 잘못한 건 아니고요. 9월 14일에 있었던 메이의 유튜브 라이브였습니다. 여기서 남녀가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소리가 라이브에 그대로 들어갔는데요. 일부 팬들이 이것을 멤버들에 대한 학대라고 주장하며 사건을 널리 퍼뜨렸습니다. 싸우는 당사자가 남자는 대표 혹은 다른 직원, 여자는 멤버였다면 정말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메이딘 시즌2가 되는 겁니다.


근데 문제는 이걸 가지고 학대라고 주장하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해 보입니다. 소리는 라이브를 하는 장소의 벽이 방음이 잘 안 되어서 건물 다른 곳에서 나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거나 저층에 있다는 가정을 하면 너무 쉽게 이해가 되는 상황입니다. 이건 제가 들어봐서 압니다.


제가 3층에 사는데요. 집 근처에 술 마실 수 있는 식당도 꽤 있어서 취객들이 자주 지나다닙니다. 취객이 건물 안으로 들어와 토하고 간 적도 있고 노상방뇨가 적발된 적도 있을 정도입니다. 싸우는 거? 당연히 많습니다.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싸우고 있으면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가 정확하게 들립니다. 정말 처절하게 억하심정을 내뱉으시는 분들 많아요. 밖에 있는 사람과 3층에 있는 사람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정확하게 들려요. 길 건너 술집에서 좀 시끄럽게 놀면 그것도 다 들리고 풍선 인형에 바람 불어넣는 기계가 약간의 합선 같은 게 있어서 나는 지지직하는 잡음도 너무 잘 들려서 집에 벌레 들어온 걸로 착각할 수준입니다. 고층에 살거나 주위에 취객이 있을 여지가 별로 없는 곳에 살고 있다면 잘 모를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바깥의 소리가 매우 잘 들린다는 겁니다. 제가 유튜브 영상 찍으면 가끔은 창문을 닫고 선풍기도 끄고 영상을 찍는데도 바람소리나 차 지나다니는 소리가 영상에 들어와서 잡음 제거를 따로 해 줘야 할 정도니까요.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봤으면 솔직히 밖에서 이런 소리 들어도 별 반응이 없습니다. 그냥 또 시작이네 그 정도지 그걸 가지고 경찰에 신고를 한다느니 하는 반응을 보이지 않아요. 저 소리의 근원이 나에게 아주 약간의 직접적인 피해도 입히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피해래 봤자 시끄럽다는 거, 그리고 잘 때 소리가 들렸다면 숙면에 방해된다는 것뿐입니다.


즉 라이브 도중에 들렸던 고성은 진짜로 밖에서 들린 소리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그러므로 이것만을 근거로 멤버들에 대한 학대를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겁니다. 평소에도 이런 소리가 종종 들렸는데 이 날따라 유독 크게 들렸다는 나무위키 서술을 근거로 보면 이 상황은 그냥 이 날 창문 닫는 걸 깜빡했다고도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학대를 주장할 거면 최소한 고성을 지르는 여성이 멤버 중 누구다! 하는 근거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취객이 많이 지나다니는 시끄러운 곳에 멤버들이 있다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있습니다. 시끄럽고 밖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게 대놓고 들리는 곳에 있는 게 딱히 좋은 경험은 아니거든요. 저런 소리에 자다가 깨 보세요. 짜증 제대로 나거든요. 하지만 그게 멤버들을 직접적으로 학대하고 있다는 주장이 될 수는 없어요. 그리고 라이브 장소 자체에 대해 문제를 삼는 의견은 주류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없진 않지만 공감순에서는 보기 어렵고 최신순으로 가야 좀 보입니다.


물론 진짜 학대가 이루어지고 있을 수도 있죠. 정확한 사정은 우리는 알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말 그게 걱정되면 확실한 증거를 들이밀어야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이 수천수만 명은 될 만한 특별하지 않은 상황을 가져와서 학대의 증거라고 이야기하면 안 되는 거죠.

당시 라이브를 진행했던 멤버인 메이의 해명문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영원히 이 해명을 믿지 않을 겁니다. 그 사람들에게 이 해명이 사실로 밝혀진다는 건 본인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를 게 없거든요. 멤버들이 노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는 말을 의심하는 분들이 계시던데 솔직히 말하면 이것도 충분히 말이 됩니다. 생각보다 큰 소리로 평범한 대화를 하는 것과 싸우는 것은 많이 비슷하니까요. 큰 소리로 떠들고 노는 줄 알았다는 해명도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해명은 충분히 진실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무작정 회사의 압박으로 작성된 해명문이라고 믿으시면 곤란합니다.


저는 여기서 꽤 중요한 것을 알았습니다. 대한민국이 생각보다 살기가 엄청 좋은 곳이라는 겁니다. 도심지 저층이라면 라이브에서 들렸던 그 정도 소리는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이걸 그렇게까지 문제 삼는다는 것은 이런 소리에 익숙하지 않다는 말일 거고 그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취객이 마음대로 돌아다녀도 문제가 없는 우리나라가 생각보다 취객도 없고 밖에서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사람도 없는 깨끗한 국가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싸우는 사람이 없는 나라. 참 좋은 나라죠.


리센느 멤버들은 생각보다 훨씬 안전한 상황일지도 모릅니다. 정확한 건 모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부족한 근거로 멤버들이 학대당하고 있다는 주장도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언제나 그랬지만 아무리 말해도 부족하지 않죠. 부족한 근거로 무언가를 주장하는 것은 음모론의 시작이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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