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들린 음악의 위로와 8년 만에 깨진 기록
토요일에 제가 올린 글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번 코리아 챔피언십의 첫날은 정말 좋지 않았습니다. 제 기준에서 큰돈을 쓰고 가서 밥도 제때 못 먹었고, 공들여 잰 기록들은 싹 다 망했거든요. 이날을 위해 아껴둔 각종 금액권들을 쓰기 위해 예상보다 너무 많은 시간과 체력을 써야 했습니다. 당시의 처참했던 컨디션이 궁금하시다면 아래 링크를 참고해 주세요.
찜질방에 들어가서도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사람에 비해 베개가 너무 적더라고요. 그것만 아니었어도 나름 잘 잤을 것 같은데 말이죠.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음 날 5x5x5 심판을 볼 때 졸음이 쏟아져서 힘들었습니다. 심판 업무가 빨리 끝나서 한숨 돌렸는데, 신기하게 그 고비를 넘기니 잠이 확 달아나더군요.
그중 유독 가슴에 꽂힌 노래가 있었는데, 바로 RESCENE의 LOVE ATTACK이었습니다. 리센느라는 그룹 자체도 원래 관심이 있었고 노래도 원래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그날따라 후렴구 가사가 마치 저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Like me, Like me 아주 눈이 부신 너를 숨김없이 보여줘
한 번도 빛난 적 없었던 미지의 향으로 온 세상을 물들여
이런 가사. 가슴에 정말 크게 와닿았습니다. 당일에는 그냥 생각만 하고 말았지만 다음 날, 평소엔 잘 안 찾아보던 뮤직비디오까지 찾아보며 대회장으로 향했는데,
길목에 리센느의 광고가 떡하니 붙어 있더라고요. 누군지 밑에 적혀있기는 하지만 굳이 그게 없어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굴만 봐도 딱 누군지 보이잖아요. 신기한 경험이었네요.
어제 일에 대한 보상인 걸까요. 오늘 기록은 나쁘지 않게 나왔습니다. 피라밍크스 평균이야 제 기록을 제가 대회에서 다시 깬다는 건 평생 가능은 할까 싶은 수준으로 너무 좋게 나온 기록이야 평균을 못 깨는 건 그러려니 했고 결승 컷도 보니 제가 들어가기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대신 8년째 못 깨고 있던 피라밍크스 싱글 기록을 드디어 경신했습니다. 사실 솔루션을 보면 기록이 3.1밖에 나오지 않은 게 아쉬울 정도지만 기록을 깼다는 것만으로 좋았습니다. 마지막 스크가 참 좋았는데 그걸 말아먹어서 5초가 나왔네요.
점심 전에 DDP에 다시 들러서 그때 못 봤던 것도 보고 사진도 찍고 하려고 했는데 인형탈 알바는 어디가고 없어서 그냥 외부 전시 조금 찍었습니다. 내부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어... 점심에는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 겸, 부모님의 조언도 있고 해서 쉐이크쉑에 갔습니다. 한 끼에 16,700원을 쓴다는 건 제 사전에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번엔 큰맘 먹고 경험해 봤습니다. 가격이 문제지 맛은 확실히 있더군요.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기분이 풀린 건 스큐브 덕분이었습니다. 이거라도 잘해야지 싶었는데, 1회차에 10초가 나오길래 포기할 뻔했거든요. 하지만 2회차부터 6, 5, 5, 6초가 찍히면서 평균 6.05가 나왔습니다. 기존 PR인 7.01에서 1초 가까이 줄인 셈이죠. 조금만 더 잘했으면 평균 5초대도 가능했을 것 같아 아쉽긴 하지만 이 기록이 나오고 나서야 '아,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얻어가는 게 있구나' 싶어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집에는 대구로 같이 내려가는 지인분의 차를 얻어 타고 왔습니다. 첫날 기분이 안 좋았던 가장 큰 이유가 '비용 대비 초라한 결과' 때문이었는데, 비용을 아끼게 되었으니 그 자체로 고마웠습니다. 원래 계획했던 대로 스큐브가 끝나자마자 서울역 가서 입석 기차를 탔다면 네 시간을 일찍 왔겠지만, 지갑은 더 가벼워졌겠죠.
내년 코챔에는 가지 않겠다는 생각은 여전합니다. 실력순으로 참가자를 자르는 대회에서 자격 요건을 갖춰 참가해 봤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려 합니다. 앞으로 아시아 챔피언십이나 월드 챔피언십 정도의 큰 규모가 아니라면, 수도권까지 그 고생을 하러 가진 않을 것 같네요. 대구에는 언제 또 대회가 있으려나... (물론 공식 초청으로 비용을 다 대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