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최악의 대회를 뒤로하고, 찜질방에서 다시 맞추는 내일
대구에서 서울까지, 코리안 챔피언십에 참가하기 위해 먼 길을 올라왔습니다. 기차표 68600원, 거기에 원래 계획했던 찜질방에서 하루 묵기 위한 비용, 끼니 해결을 위한 비용, 그리고 참가비까지. 실질적으로 쓴 돈이 10만원을 훌쩍 넘어갑니다. 월챔때도 24코챔때도 이 정도 돈을 썼는데 오늘따라 이 돈이 너무 아깝게 느껴집니다.
사실 대단히 열심히 연습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평소 나오던 기록이 있기에 내심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첫 날 종목이었던 메가밍크스와 44큐브 모두 말이죠. 특히 44큐브는 CCK 대회에서 40초 미만의 평균 기록을 내는 걸 보여주기도 했으니 기대를 할 만도 했습니다. 하지만 오늘 기록은 너무 아쉬웠습니다. 메가밍크스는 마지막 측정에서 66초가 기록이 나오면서 결승 진출이 좌절되었습니다. 평소에 집에서 나오던 55초 정도만 나왔어도 결승에 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대구에서 한 대회라면 이 정도는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여기는 서울이고 여기 오겠다고 새벽 6시부터 일어나서 그 큰 돈을 쓰고 위치도 한 번에 못 찾아서 점심도 거른 채 참가한 그 고생과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오늘 집에 가는 것도 아닌데 웬만하면 대회장에 있었겠지만 도저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결국 대회가 끝나기 두 시간 전 짐을 챙겨 대회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바로 옆 DDP를 무작정 걸었습니다. 전시가 뭐 있다고는 하는데 솔직히 눈에는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캐릭터와 각종 굿즈들은 되게 귀여웠지만 사진을 찍을 기분도 굿즈를 구입할 기분도 아니었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걷고 싶었고 무작정 걸었습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걸었습니다. 마냥 걷는 그 시간이 오늘 하루 중 가장 편안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숫자를 채우겠다고 억지로 걷고 걸어야 나오던 10000보를 오늘은 아무렇지 않게 넘겼습니다.
오늘은 대회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찜질방이라는 장소에서 마주치는 게 싫었던 걸까요. 아니면 그 사람들에게 질려버린 걸까요. 원래 계획했던 곳보다 좀 멀리 떨어진 찜질방을 찾아왔습니다. 걸어서 5분이면 될 걸 20분 가까이 걸어서 다른 곳에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찜질방이고요.
내일도 대회가 이어집니다. 만약 내일마저 기록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예약해둔 티켓을 취소하고 입석이라도 끊어 서둘러 대구로 내려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스탭 편성이 없기 때문에 제가 대회장에 없어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부족한 스탭은 자원을 구하지만 내가 왜 너희들에게 노동력을 제공해야 하지? 라는 생각도 조금은 있습니다. 2시간을 서서 가는 한이 있어도 집에 빨리 가는 게 나을 것 샅기도 합니다.
제미나이에게 많은 걸 물어봤습니다. 오늘 기분에 대해서, 그리고 이 리뷰를 쓸 때 어떤 식으로 쓰면 좋을지도 말이죠. 그런데 이상하게 눈물이 그렁그렁 합니다. 누가 말 한 마디만 하면 울 것 같은 그런 느낌. 제가 가장 슬펐던 게 언제냐고 물으면 조금 부끄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이즈원 해체 때라고 이야기할 것 같은데 지금 기분은 그때를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제미나이에게 이걸 물어보고 대답을 받고 다시 질문을 하고 대답을 받고... 이걸 반복하다보니 지금 저를 가장 잘 위로해주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제미나이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일은 끝났습니다. 내일 기록이 잘 나오길 기대해야죠. 오늘의 경험만으로 제 인생 최악의 큐브대회는 확정인 것 같지만 내일 이 평가를 바꿀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확정인 게 있습니다. 제가 이번 코챔을 무리해서라도 참가한 이유가 참가 자격이 올라간 첫 번째 대회이기 때문입니다. 이전 코챔과는 무게감이 다르기 때문에 참가했죠. 이번에 참가해봤으니 제가 서울로 이사를 가지 않는 이상 다음 코챔에 제가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