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팬이란 – 스포츠 팬의 정체성과 ‘팬인 척’의 차이

오래 남는 팬과 설명을 위해 팬이 되는 사람들

by 라이벌 큐버

요즘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세 개의 축으로 나눠진 느낌입니다. 오래 전부터 그 팀을 계속 좋아했던 올드팬, 어떠한 이유로 스포츠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라이트팬, 그리고 흔히 패션팬이라 불리는 사람들이죠. 오늘은 패션팬에 대해서 이야기할건데 그 전에 이 글에서 말하는 패션팬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가려 합니다.


패션팬이라는 말이 생겨난 이유를 저는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어원을 추측해보자면 팬이라는 말을 패션 아이템처럼 달고 다니는 사람들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 추측을 근거로 제 나름의 정의를 내려보면 특정 대상의 팬이라는 타이틀을 위해 그 대상을 소비하는 사람을 패션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그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겁니다. 아예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겠지만 팀의 구성원 중 몇 명만 좋아하고 팀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경우도 있겠죠. 공통점은 특정 팀의 팬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그 팀의 승패나 성적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입니다. 전통적인 팬과 패션팬의 가장 큰 차이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전통적인 팬들에게 스포츠 팀의 팬이라는 말은 취향이 아닙니다. 정체성이죠. “나는 ○○팀 팬이다”라는 문장은 지금 무엇을 좋아하느냐를 설명하기보다 어디에 속해 있느냐를 말하는 방식에 가깝습니다. 무엇 때문에 이 팀의 팬이 되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번 들어오고 나면 점점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떠나지 못하죠. 이길 때보다 질 때를 더 많이 볼 수도 있지만 그 시간을 견뎌낸 결과가 팬이라는 이름으로 남았습니다. 팀이 잘 나갈 때만 좋아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은 팬이라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죠. 떠날 수 있었지만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것이 팬을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기준이 절대적인 건 아닙니다. 모든 팬이 같은 방식으로 사랑해 온 것도 아니고, 그래야만 하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패션팬에게는 이런 맥락이 없습니다. 그리고 맥락을 만들어갈 의지도 없습니다. 그저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 그것을 위해 팬이라는 말을 가져옵니다. 하지만 그들이 전통적인 팬이 아니라는 사실은 티가 납니다. 팀이 졌는데도 웃고 있거나 팀이 졌는데 본인이 응원하는 선수의 성적이 좋다는 이유로 경기를 이긴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전통적인 팬이 본면 좋은 감정이 들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이들이 정말 그 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진짜 문제는 그들의 존재보다는, 그들이 팬덤을 대표하는 얼굴처럼 소비된다는 점입니다. 본인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외부에 드러내는 그들에 의해 팬덤 전체의 이미지가 바뀌기도 하고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팬들의 진짜 팬심은 무시된 채 패션팬들의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을 채웁니다. 실제로 그 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진짜 그 팀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의지와 목소리가 왜곡된다면 좋아할 팬이 없을 겁니다.


여러분이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 응원하는 선수를 좋아하지 않아도 됩니다. 선수만 좋아하고 팀의 승패에는 관심이 없어도 됩니다. 하지만 특정 팀의 '팬'이라고 본인을 소개한다면 그 팀 자체에 대한 애정, 그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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