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큐브를 가르쳐보았다

오랜만에 다시 앉은 자리에서

by 라이벌 큐버

1년 넘게 큐브 과외를 쉬고 있었습니다. 의도적으로 쉬었죠. 사정이 있어서 문의가 올 만한 창구 자체를 비공개로 돌렸습니다. 큐브매니아의 과외 프로필을 공개로 돌린지 얼마 안 되었고 오랜만에 과외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업은 학생에게도 체험이었지만, 저에게도 다시 시작해보는 체험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래는 세 명이 함께 수업하는 형태로 이야기가 나왔으나, 여러 사정이 겹쳐 오늘은 한 명만 먼저 체험식으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오늘 만난 학생은 큐브를 완전히 처음 접하는 아이는 아니었습니다. 공인 대회에 나가본 경험도 있고, 당시 기록은 1분 9초였습니다. WCA 프로필을 통해 확인한 사항이죠. 다만 최근에는 한동안 큐브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 했고, 현재 기록은 1분 30초 정도 되었습니다. 이 기록 구간에서는 해법 자체가 기록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이번 수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업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기록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 방향을 바꿔두는 것이었습니다. 속도가 붙기 시작했을 때 다시 고쳐야 하는 해법이 되지 않도록 미리 정리해두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오늘은 필수 공식 두 개만 다뤘습니다. 이 공식들이 당장 기록을 줄여주지는 않습니다. 이것만 외운다고 해서 내일부터 바로 빨라지기를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다만 이후에 스피드 솔빙으로 넘어갈 때 기준점이 되어주는 공식들입니다. 이 학생도 이런 방식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외워서 사용해본 단계까지는 와 있지 않았습니다. 체험 수업이었기 때문에 깊게 들어가지는 않았고, 어떤 상황에서 왜 사용하는지를 중심으로 진행했습니다. 수업이 끝날 무렵에는 두 공식 모두 손에 어느 정도 익은 모습이었습니다.


집중력은 예상했던 범위였습니다. 2017년생에게 60분 동안 온전히 집중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쉽지 않은 일입니다. 중간중간 제 설명을 흘려듣거나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들도 있었습니다. 이는 특별한 문제라기보다는 이 나이대 아이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장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설명을 길게 이어가기보다는 큐브를 직접 만지게 하거나, 짧게 끊어 확인하는 방식으로 수업의 리듬을 계속 바꿔가며 진행했습니다.


이 학생은 비교적 고급 장비를 여러 개 가지고 있었습니다. 본인이 직접 고른 것은 아니고, 아버지가 여러 가지를 고민해서 사주셨다고 했습니다.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이기는 하지만 성능 자체가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3x3x3 큐브는 외관이 서로 비슷하게 생긴 경우가 많아 제대로 고른 제품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은 체험 수업이었기 때문에 여기까지로 마무리했습니다. 딱 해법을 바꾸는 것까지. 여기까지만 하면 일단은 성공입니다. 중급 해법을 위한 기초를 닦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수업을 정리하면서 든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기록을 줄이는 것은 연습의 영역이지만, 방향을 잡아주는 일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 훨씬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적어도 오늘은, 그 역할을 다시 해볼 수 있겠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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