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리지 않기 때문에’ 계속 전달되는 구조에 대하여
저는 이전에 구식 루빅스 큐브 초급 해법의 문제점에 대해서 3편에 걸쳐 다룬 적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구식 해법은 공식 하나하나가 돌리기 불편하게 설계되어 있다는 것, 마지막 층을 처리하는 순서가 이후 학습을 불필요하게 어렵게 만든다는 것, 1단계 설명이 지나치게 간소화되어 초보자를 포기하게 만든다는 등의 단점이 있죠. 그때는 해법 자체의 단점에 주목했고 그 해법이 퍼져나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긴 했지만 크게 주목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구식으로 불리는 해법은 아직도 많이 돌아다닙니다. 높은 조회수를 가진 튜토리얼 영상으로, 종이책의 형태로 출판된 해법서로, 과외 강사의 커리큘럼으로 말이죠. 여기에는 구식이 섞여있습니다. 하지만 걸러지지는 않습니다. 구식이 신식에 비해 장점이 없다면 신식으로 전부 교체되어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유도 있습니다. 신식 해법을 소개하는 쪽의 전달력이 부족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기존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본인의 이익을 위해 변화를 거부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지금의 상황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핵심은 다른 지점에 있습니다.
구식 해법이 아직도 널리 사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그것이 틀린 해법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R' F' L' F R F' L F 같은 공식이 돌리기 불편하고, EO-EP-CO-CP 순서가 이후 학습에 불리하다는 사실은, 큐브를 처음 맞추는 순간에는 전혀 체감되지 않습니다. 구식 해법 역시 분명한 해법이고, 그대로 따라 하면 큐브는 완성됩니다. 이 점이 모든 논의의 출발점입니다.
큐브를 처음 접한 사람의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방식이 더 효율적인가가 아니라, 정말로 맞춰지는가입니다.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완성에 도달하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성취감도 얻습니다. 이 시점에서는 해법의 구조적 차이나 장단점을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결과가 성공이라면, 과정은 쉽게 문제로 인식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첫 성공 경험을 제공한 해법은 자연스럽게 가장 쉬운 해법으로 인식됩니다. 이후 다른 사람에게 큐브를 알려줄 때도, 자신이 배웠던 방식을 그대로 전달하게 됩니다. 실패한 사람은 조용히 관심을 잃고 사라지고, 성공한 사람만 남아 경험을 공유합니다. 그 과정에서 구식 해법은 계속해서 재생산됩니다.
이 구조 안에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굳이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할 이유도 크지 않습니다. 이미 큐브를 맞출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할 수 있으며, 실제로 수요도 존재합니다. 더 쉽거나 효율적인 해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알고 있더라도 다시 배우고 정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감수할 동기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초급 해법은 흔히 잠깐 거쳐 가는 단계로 취급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큐브를 맞출 수 있게만 되면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쉽고, 이후 단계는 당연히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집니다. EO-EP-CO-CP 순서로 배운 사람이 4×4 큐브의 PLL 패리티 앞에서 막히는 것도, 초급 해법의 구조가 만들어낸 전제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시점에서 인식되기 어렵습니다. 큐브는 맞춰졌고, 성취감도 얻었으니까요. 만약 초급 단계에서 이후 단계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해법으로 배웠다면 더 쉽게 익힐 수 있었을 텐데 말이죠.
이 현상은 초급 해법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중급이나 고급 단계로 넘어가서도, 과거에 널리 사용되던 공식이나 풀이가 여전히 정석처럼 전달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더 효율적인 공식이 이미 알려져 있음에도, 한 번 자리 잡은 설명 방식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역시 특별한 의도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식이 전파되는 방식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운 내용을 다시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특정 풀이가 기준처럼 굳어집니다. 한때는 최선인 줄 알았던, 최소한 충분히 잘 작동했던 방식이, 이후에도 별다른 검증 없이 계속 사용되는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어차피 고급 공식은 다 어렵다는 인식도 작용합니다. 이미 난이도가 높아진 상태에서는, 공식 간의 미세한 차이나 효율의 문제를 체감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그러다 보니 과거의 풀이가 현재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일이 생깁니다.
이런 이유로 구식 해법은 온라인 튜토리얼 영상, 출판된 책, 교육 커리큘럼 속에서 계속 살아남습니다. 그 안에 구식 요소가 섞여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즉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큐브를 한 번 맞추는 데에는 충분히 기능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지점에서 만족합니다.
따라서 이 현상을 특정 개인의 악의나 변화에 대한 거부로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구식 해법도 해법이다라는 사실 자체가 이 구조를 유지시키는 핵심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구식 해법은 누군가 의도적으로 바꾸려 하지 않는 한 스스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바꿔야 할 이유도 생기지 않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