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일기] 두 아이의 온도차

아이들의 동기를 생각해 보다

by 라이벌 큐버

어제 세 번째 과외를 마쳤습니다. 지난주에 새로 합류한 친구까지 같이 계속 진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두 아이의 온도 차이가 꽤 큽니다. 지난주에 새로 합류한 친구가 오히려 열정만큼은 단연 앞서네요. 공식 암기 속도도 빠르고, 배운 내용을 기억하는 정도도 확실히 다릅니다. 반면 처음부터 함께 한 친구는 큐브를 배우는 것보다 큐브로 노는 것 자체가 즐거운 아이인 것 같습니다. 공식 습득 속도나 기억력 면에서 한 살이 더 어리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차이가 꽤 큽니다. 일부 어린 친구들의 특징인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공식만 남은 상태'도 관찰되고요.


본인이 아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굉장히 강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수업 중에 큐브와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일이 잦은데, 대화가 없는 상황에서 새로 말을 거는 게 아니라,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대화에 맥락 없이 끼어드는 느낌이라 조금 당혹스러울 때가 있죠. 큐브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큐브를 잘 맞춘다는 것에 주변의 반응이 따라오다 보니 큐브 자체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그 반응이 즐거워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WCA 공인대회도 나가봤다고 해서 목표 기록을 물어봤더니 40초라고 하더라고요. 대회장에 가면 10초, 20초대 선수들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는데, 그걸 보고도 목표가 40초라는 건 솔직히 의외이긴 했습니다. 대회 참가가 "더 잘하고 싶다"는 동기로 이어지지 않은 것 같다는 인상이랄까요. 어쩌면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그 경험이 성장의 계기보다는 그냥 경험 하나에서 끝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쩌면 다행입니다. 그런 환경에서 아예 의지 자체가 꺾여버리는 아이들도 많으니까요. 큐브에 대한 관심 자체는 사라지지 않았다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반면 지난주에 처음 온 아이는 명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스피드큐빙 라이선스 최고등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죠. 중급도 다 끝나지 않은 현재 기준으로는 한참 남은 이야기지만 더 좋은 기록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코리아보드게임즈가 스피드큐빙 라이선스를 만든 이유가 아닐까요?


어린 초보들 상대 과외에서 항상 걱정되는 건 연습량입니다. 열심히 했다는 연습량이 하루 5번 정도가 전부인 것 같은데, 지난주에 공식을 4개 가르쳐준 걸 감안하면 공식 하나당 5번이라 해도 하루 20번 수준. 기록이 아직 느려서 그런 면도 있을 것이고 공식을 외우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할 만도 하지만, 조금 적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중급 이상의 해법을 배운다는 건 기록단축이 주목적이라는 것이고 그러면 빠르게 상황을 판단해서 자연스럽게 돌릴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니까요. 그러려면 결국 손에 익을 때까지 반복하는 수밖에 없으니 연습량에 대한 이야기도 어쩔 수 없이 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두 명을 가르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 명을 집중 마크하는 수업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다른 친구는 일단 스스로 따라오는 만큼 받아가는 방식으로 가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는 좀 더 고민이 필요하겠네요.


같은 아이의 과외 일지가 궁금하시다면

1편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4160190352

2편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4207998526

3편(현재)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4216018072

4편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4225493318

5편 https://blog.naver.com/kwakdy0070/224240415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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