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에게 큐브를 가르칠 때 가장 어려운 것
블로그에 올려놓은 과외 후기에 댓글로 문의가 종종 올라옵니다. 지역이 달라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오늘은 그중 한 명과 과외를 성사시켜 과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의 아주 어린아이. 큐브를 어떻게 가지고 놀았냐고 물어보니 아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그냥 보기만 했어요.", "돌려보기만 했어요." 아이가 큐브에 관심이 있다고 하길래 십자가 정도는 알아서 맞추나 싶었지만 이번에는 진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트위스트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크게 의미는 없었죠. 큐브를 한 번도 맞춰보지 않은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 정도는 처음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경우가 과외를 오래 이어가기 가장 어렵습니다. 하루 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가르쳐주기 어렵고 초반부만 가르쳐준다고 해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생각보다 어렵게 느껴지는 큐브에 금방 흥미를 잃고, 맞추는 방법을 다 배우기도 전에 과외를 그만두는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느낀 바로는 어린아이들이 큐브를 처음 시작하는 경우 가르쳐주는 사람의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이것입니다.
큐브 해법은 기본적으로 다음의 구조를 가집니다.
A라는 목표 상황을 위해
B라는 상황에서
C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목표가 무엇인지, 지금 큐브는 어떤 상황인지, 어떤 방법을 사용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지 모두 알아야 하죠. 그런데 어린아이들은 여기서 C만 기억합니다. 공식만 기억하는 거죠. A와 B는 머리에 남지 않습니다. 이해를 못 할 수도 있지만 단순히 기억이 안 나서일 수도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공식을 써서 특정 단계가 완료되었는데도 다시 공식을 써서 큐브를 섞어버리거나, 아예 다른 상황의 공식을 가져와서 적용하는 등의 문제가 생깁니다. 목표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공식을 사용하는 것만 남아버린 것입니다. 큐브를 가르쳐주다가 막히는 많은 경우는 이런 문제가 원인이 됩니다.
물론 이걸 안 가르쳐주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만들고자 하는 모양은 이것이고, 이 모양을 만들기 위해 이 조각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며, 그 판단법은 무엇이고, 이때 어떤 공식을 쓰면 맞춰지는지까지 당연히 다 가르쳐줍니다. 다만 아이의 머릿속에 '이때 어떤 공식을 쓰면 맞춰지는지'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초보자용 해법을 가르쳐줄 때 강의 영상은 아무리 길어도 1시간 미만입니다. 오히려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과잉정보를 제공하는 느낌도 들죠. 하지만 실제 과외는 3회 차 정도는 생각하는 편입니다. 1시간씩 3번 총 3시간이죠. 훨씬 오랜 시간을 써야 전 과정을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의 원리를 이해시킬 생각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성인도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이것을 이해할 것이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부모님이 과외가 끝난 후 집에서는 어떻게 연습하냐고 물어봤습니다. 큐브 과외에서 어려운 점은 이것도 있죠. 과외를 받는 순간을 제외하면 배울 수 없다는 것. 물론 유튜브에 올려놓은 영상 자료도 있고 제가 크몽에 올려놓은 초급해법 자료도 있긴 합니다. 자료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움은 확실히 적습니다. 자료는 보내주기로 했지만 이것을 이해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아이를 믿고 보내봐야죠.
목표가 있다면 하나입니다.
이 친구 큐브 기록 2분 미만 만드는 것.
큐브를 다 맞추는 그 순간에 2분 미만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2분 미만이 나올 때까지 과외를 지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아이의 과외 일지가 궁금하시다면
1편(현재) https://brunch.co.kr/@ed0f3be0cbf3447/307
2편 https://brunch.co.kr/@ed0f3be0cbf3447/310
3편 https://brunch.co.kr/@ed0f3be0cbf3447/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