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외 리마인드] 좋아한다고 말은 했지만

잘하고 싶은 건 아니었던 걸지도 모른다

by 라이벌 큐버

그전까지 하던 과외가 거의 다 끊어지고 새로 신청도 거의 올라오지 않던 2024년에 과외 신청이 한 건 들어왔습니다. 처음으로 가정집 방문 과외였고 1주일에 2회를 진행했던 유일한 과외이기도 합니다.

부모님의 열정은 첫 수업 전부터 느껴졌습니다. 따로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아이가 큐브를 맞추는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셨습니다. 반가운 마음도 있었지만, 영상을 보는 순간 묘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큐브를 맞춘 지 한 달이 됐다고 했는데, 초등학교 1학년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더라도 한 달 경력이라고 하기에는 실력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실수도 나왔고요. 그 사이에 재미있게 열심히 했다면 이것보다는 기록이 잘 나왔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만나서 확인한 실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요청은 명확했습니다. 한 달 정도 뒤에 학예회에서 큐브 퍼포먼스를 하고 싶으니 기록을 줄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기준 기록이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1분 초반대까지는 줄여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급 해법을 가르쳐줬습니다. 큐브를 돌리는 속도와 상황 판단이 모두 느릴 때는 공식을 외워서 회전수 자체를 줄여버리는 게 효과가 크기 때문이죠. 돈 받고 하는 과외에서 단순히 연습을 많이 하라고는 할 수도 없었고요. 그런데 아이가 집중을 잘 못 했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더 쉬운 큐브를 해보는 건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피라밍크스 같은 것들을요. 일반인이 피라밍크스가 3x3x3 큐브보다 쉽다고 잘 생각하지는 않으니까요. 아이는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는 기록을 줄이는 것에 별 관심이 없는 게 아닐까. 열심인 건 아이가 아니라 부모님인 게 아닐까. 물론 확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제 느낌이었으니까요.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면 항상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큐브가 좋고, 과외도 하기 싫지 않다고. 틀린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부모님 앞에서 "싫다"라고 말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하면, 그 대답을 그대로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큐브를 좋아한다고 했던 말도 그대로 믿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큐브를 좋아했다기보다는, 그걸로 칭찬을 받는 걸 좋아했던 건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의심이 들었습니다. 과외에서는 그때만큼의 칭찬을 듣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수업을 하러 갈 때마다 아이는 바빠 보였습니다. 주말에 방문하면 학원을 마치고 막 돌아오는 아이와 함께 집에 올라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온갖 학원을 다 다니는 것 같았습니다. 이 와중에 큐브까지 시키는 게 아이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지, 솔직히 의문이었습니다.

과외는 중도에 끝났습니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는 이유였습니다. 핑계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제 생각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이 입장에서도, 제 입장에서도 자연스러운 마무리였습니다. 뭘 해도 나아지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중도에 끝났는데도 아쉽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그 과외가 아이가 원하던 방향이 맞았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여기까지였던 과외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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