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것
제가 큐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보면, 무작정 빠른 큐브가 능사는 아니었습니다. 90도에 맞춰 돌리는 연습을 하겠답시고, 일부러 적당히 돌아만 가고 걸림은 많은 큐브를 이용해 특정 기록이 나올 때까지 연습하는 것이 정석 취급받던 시절이었으니까요. 손에 익지 않은 상태에서 큐브가 너무 빠르면,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만큼 더 돌아가 버리는 문제가 있죠. 그래서 큐브를 컨트롤 가능한 수준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했고 그 종착지에는 자석이 있었습니다. 현재 웬만한 큐브에는 기본으로 붙어있는 자석은 원래 큐브를 잘 돌아가지 않게 하기 위해 붙인 것이죠. 그 당시 큐브들이 지금보다 빨랐던 것도 아닌데 말이죠.
요즘 어린 친구들을 가르치다 보면 조금 다른 흐름을 느끼게 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잘 돌아가는 큐브’, 더 정확히는 ‘아주 빠르게 돌아가는 큐브’를 선호합니다. 아이들이 빠른 큐브를 좋아하는 이유가 실제로 그 속도감이 필요했기 때문인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남긴 하지만, 어쨌든 실제로 제 큐브를 건네주면 “이거 잘 안 돌아가요”라는 반응이 먼저 나오기도 합니다. 재밌는 건, 그렇다고 해서 그 친구들이 무조건 저보다 큐브를 더 빠르게 돌리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생깁니다.
정말 빠르게 돌아가는 큐브가 항상 더 좋은 걸까?
좋은 큐브일수록 사용자의 실수를 어느 정도 덮어줍니다.
조금 덜 맞춰 돌려도 코너컷팅으로 넘어가고, 힘을 애매하게 줘도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반대로 성능이 떨어지는 큐브는 훨씬 더 정확한 입력을 요구합니다. 각도도, 힘도, 타이밍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하죠.
빠른 큐브에 익숙한 경우라면, 큐브가 기대만큼 잘 돌아가지 않으면 리듬 자체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로 큐브의 움직임을 확인하면서 돌리는 습관이 잡혀 있으면, 큐브가 조금 불편해져도 큰 틀에서는 흔들리지 않죠. 이쯤 되면 ‘빠르게 돌리는 것’과 ‘잘 돌리는 것’이 완전히 같은 말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빠른 큐브가 항상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특히 아주 어린 친구들을 보면, 아예 한 번에 90도 회전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손 힘이 부족하거나, 큐브를 잡는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서, 혹은 손이 너무 작아서이죠.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잘 돌아가는 큐브가 필요합니다. 힘을 많이 주지 않아도 원하는 만큼 돌아가야 하니까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건, 그 목적이 ‘빠르게 돌리기’가 아니라 ‘제대로 돌릴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문제가 꼭 속도만의 문제도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큐브의 크기나 그립감이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합니다. 손에 잘 맞지 않는 큐브는 애초에 안정적으로 잡고 돌리는 것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죠.
결국 중요한 건 큐브가 얼마나 빠르게 돌아가느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만큼 정확하게 조작할 수 있느냐 입니다.
결국 기록을 만드는 건 속도감이 아니라 통제입니다.
큐브는 빠른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것이 좋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