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 심리를 넘어 합리적인 메인 큐브를 결정하는 기준
어떤 제품을 구입할 때, 우리는 대개 ‘얼마나 인기 있는가’를 먼저 확인합니다. 인기가 많다는 것은 품질이 검증되었다는 의미이며, 실패할 확률을 줄여준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과연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이 실제로도 가장 좋은 제품일까요?
'베스트셀러가 베스트셀러인 이유는 그 책이 베스트셀러이기 때문이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말이긴 한데요. 지금은 찾기도 쉽지 않은 이 말은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할 때 생각보다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만약 소비자가 작가의 성향이나 원고의 깊이를 꼼꼼히 따진다면, 그 책은 '내용이 좋아서' 인기가 있어야지 '베스트셀러라서' 인기가 있어서는 안 됩니다. 즉,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은 참고 사항일 뿐 품질을 완전히 보장하지는 못합니다. 특히 취향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소설이나 영화, 게임 같은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주관적 만족도가 절대적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분야, 혹은 제품 간의 성능 차이가 미미해 변별력이 적은 분야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큐브는 후자에 해당하죠.
실제 큐브 커뮤니티의 여론을 보면 마치 제품 간에 절대적인 우열 관계가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물론 압도적인 성능 차이로 인해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어 비슷한 수준의 제품이 수십 개씩 존재하는 3x3x3 종목조차 실제로 추천되는 큐브는 서너 개로 한정됩니다. 심지어 4x4x4 종목에서는 세계 최상위권 선수의 메인 큐브가 "일반인에게 추천하기엔 성능이 부족하다"라는 이상한 인식이 박히는 일까지 벌어집니다.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 역시 인간의 입이라는 수단을 통해 전해 내려오는 말은 신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당신의 조상들이 전달한 말에는 많은 정보가 누락되어 있습니다.
2011년 게임 <젤다의 전설 스카이워드 소드>에 등장하는 '파이'의 대사입니다. 큐브 리뷰 역시 이와 비슷한 왜곡의 과정을 거칩니다. 성능이 충분함에도 외면받는 큐브들의 초기 리뷰를 살펴보면, 의외로 성능 자체에 대한 혹평은 많지 않습니다. 단지 리뷰어의 취향에 맞지 않았을 뿐이죠. 그러나 리뷰가 전해지는 과정에서 '성능이 좋다'는 핵심 정보는 누락되고, 사용자의 관리 능력이나 제어력에 따라 갈리는 호불호만 부각되면서 어느덧 '성능이 부족한 큐브'라는 낙인이 찍혀버립니다.
그 과정에서 '치이 발크파워M'은 실제 사용하는 선수들이 있음에도 빠르게 잊혔고, 2022년 당시 4x4x4 세계 3위였던 펠릭스 젬덱스의 메인 큐브 'YJ MGC 4x4x4'는 실물을 본 적도 없는 이들에 의해 이류 큐브로 저평가받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현재 펠릭스의 메인 큐브는 아오수 v7입니다.)
저 역시 과거에 '치이 우웨이M'을 상당히 오랜 기간 메인 큐브로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메인 큐브가 바뀌었지만, 당시 수많은 인기 큐브를 직접 구매해 만져보면서도 결국 제 손에 가장 잘 맞았던 것은 우웨이M이었습니다. 국내 커뮤니티에서 이 모델을 메인으로 쓰는 사람을 거의 본 적이 없었지만, 성능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만약 정말로 성능이 뒤처지는 제품이었다면, 제가 굳이 다른 인기 모델들을 제쳐두고 그 큐브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겠죠.
누군가의 추천은 하나의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추천이 많다는 것은 품질의 '하한선'을 보장할 뿐, 추천이 적다고 해서 그 제품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는 전달하는 사람의 식견에 따라 누락되거나 왜곡될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과대평가되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며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것은 초보자에게 분명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최고의 장비를 찾고 싶다면, 군중 심리에서 한 발짝 물러나 제품의 본질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여러분도 남들은 별로라고 하지만, 나에게는 너무나도 좋았던 것이 있나요? 큐브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