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초대의 벽을 넘지 못하는 큐버들을 위한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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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큐브를 시작한 2014년과 지금의 환경은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효율적인 공식과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큐브 자체의 성능도 좋아졌죠.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고급 해법을 접하는 진입장벽이 사라졌다는 점에 있습니다.
2014년 당시에는 공식을 익히는 '암묵적인 단계'가 있었습니다. 셩쇼우나 펑 같은 뭔가 애매한 성능의 큐브로 초급 해법을 연습하며 평균 40초대에 진입해야 비로소 고성능 큐브와 중급 해법을 허락받는 분위기였죠. 20초대에 들어서야 고급 해법을 권장받았습니다. 법처럼 강제된 것은 아니었으나, 기초를 건너뛰고 고급 해법으로 직행하는 것을 경계하는 흐름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누구나 최상급 성능의 큐브를 쓸 수 있고, 본인이 원한다면 언제든 고급 해법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그것을 말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중급 해법만으로 20초 미만을 기록하는 이들이 많았던 반면, 요즘은 고급 해법을 모두 익히고도 20초대 벽을 넘지 못하는 이들이 오히려 늘어난 느낌입니다. 도구와 지식은 발전했는데, 왜 기록 정체 현상은 더 심해진 걸까요?
저는 그 원인이 이해 없는 암기에 있다고 봅니다. 조급함이 원인이겠죠. 현재 한국 큐브계는 엄청난 상향 평준화를 이뤘습니다. 2023년 서울 스프링 대회 기록을 보면 참가자 277명 중 딱 중간인 139위의 기록이 20.32초였습니다. 평범한 참가자조차 20초 정도는 가볍게 달성하는 수준입니다. 큐버들 중 실제로 기록이 느린 사람들은 배척하는 분위기는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기록이 아무리 느려도 대회에서 규정한 기록 제한이나 컷오프 기록을 넘어가는 수준만 되면 참가할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하지만 20초가 중간밖에 하지 못하는 환경에서 입문자들은 소외감을 느끼기 쉽고, 기존 구성원들과 어울리기 위해 빠르게 기록을 줄이려다 보니 원리 이해보다는 공식 암기라는 지름길을 택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큐브는 공식만 외운다고 빨라지지 않습니다. 특히 크로스나 F2L, 혹은 4x4x4 이상의 고차원 큐브는 공식보다 '이해'와 '효율'의 영역입니다. 충분한 내공 없이 얹은 고급 공식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기초가 부실한 상태에서 지붕만 화려하게 올린 건물은 결코 높이 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