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성비를 엄청 따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간11m pro 등 고가의 큐브를 사 본 적도 없고 앞으로도 살 생각이 없습니다. 물론 성능이 눈에 띄게 더 좋았다면 모르지만 제가 다른 사람들이 관리해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들로 만져 본 결과에 의하면 성능이 좋기는커녕 오히려 더 떨어지는 편에 가까웠기 때문에 당당하게 이 큐브 별로라고 이야기를 하고 다닙니다.
가성비에 죽고 사는 사람으로서 이번 당당치킨 대란은 특이하게 다가옵니다. 품질이 엄청 뛰어나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가격으로 인기를 끄는 당당치킨과 훨씬 비싸면서 비싼 만큼 대단한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못하는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는 마치 RS3M 2020과 간12 maglev나 간11m pro 등 프리미엄 큐브의 관계를 보는 듯합니다. 가격 차이가 심하다는 것, 그러면서 둘 사이의 품질 차이가 가격 차이를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납득시킬 만큼 크지 않다는 것, 그리고 일부 소비자들은 둘의 차이점 때문에 가격 차이가 아무리 심해도 고가의 상품을 포기하지 못한다는 점까지 매우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습니다. 치킨을 소비하는 소비자들이 치킨에 대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경험은 상당한 수준이지만 큐브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사실 큐브에 대한 지식이 없다시피 한 경우가 오히려 많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 때문에 단순히 가격만 비싸도 성능이 훨씬 좋아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많은 초보자들을 간큐브의 세계로 몰아넣었고 브랜드에 집착하여 절대적인 성능이 부족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도 많이 생깁니다.
이런 거야 소비자 잘못이라고 치면 소비자는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습니다. 간큐브는 절대 RS3M 2020을 비난하지 않는다는 거죠. 간큐브는 자신이 있습니다. GES, 코어자석, 마그레브 등 수많은 신기술이 집약되어있고(이게 성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가와 별개로) 플라스틱의 마감질은 어떠한 큐브와도 비교를 거부하는 수준이죠. RS3M 2020과 분명한 차이가 있기에 간큐브는 굳이 RS3M 2020 등의 가성비 큐브들을 깎아내릴 이유가 없습니다. 간큐브 비싸다며 거부하고 가성비 큐브를 찾는 큐버들을 비난할 이유도 없죠. 비난하든 말든 살 사람과 사지 않을 사람은 진작에 갈라졌으니까요.
요기요에 올라왔다던 BBQ 광고
반면 현재 치킨 프랜차이즈들이 안 먹어도 될 욕까지 얻어먹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태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당당치킨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들이 고가의 치킨을 시켜먹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 아닙니다. 굳이 따지면 '2만 원짜리랑 7000원짜리가 품질에 별 차이도 없는데 왜 굳이 2만 원짜리를 시켜먹어야 하는가?'에 가깝고 모든 소비자들이 당당치킨 먹겠다고 홈플러스에 줄을 서는 것도 아니죠. 줄을 서지 못하겠다면 대체제로 비싼 걸 울며 겨자 먹기로 사기보다 그냥 소비하지 않는 것을 선택했을 뿐이고요. 당당치킨을 찾는 소비자들을 돈이 없어서 치킨 한 마리 제대로 시켜먹지도 못하는 사람들로 만들어버리는 기만적인 태도에 그나마 남아있는 정 마저 떨어졌죠. 소비자들이 무엇 때문에 등을 돌렸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레딧을 통해 유출된 간13 예상 구조
치킨을 파인 다이닝 요리처럼 만든다면 3만 원? 이해할 겁니다. 치킨보다는 셰프의 요리로 받아들여지겠죠. 현재 간큐브의 고급 큐브들은 이런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죠. 위 사진을 보세요. 큐브 구조가 뭐 저리 복잡하냐는 생각 들지 않으신가요? 저 정도 구조라면 '비싼 이유는 이해하지만 나는 그 정도의 돈을 쓸 생각이 없다.' 면서 구입하지 않는 저 같은 사람이 있을지언정 비싼 이유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지는 않습니다. 이 정도 유니크함을 가진치킨을 만든다면 셰프의 자존심이 있어서라도 가성비 치킨이나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자를 비난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지금의 치킨 프랜차이즈는? 양산형이죠. 브랜드에서 만든 정형화된 레시피. 이런 레시피로 전국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조리하면서 파인 다이닝급 가격을 받아내는 게 정당하다는 주장을 계속할 정도로 자부심이 있다면 당당치킨과 당당치킨을 소비하는 소비자를 비난하는 건 제 살 깎아먹기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