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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가기 Aug 03. 2021

스스로 자기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예측은 늘 빗나간다


사람들은 스스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나 자신도 그렇다. 내가 이런 상황에 처하면 나는 이럴 것이다, 아주 쉽게 확신에 차서 거의 자동적으로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를 그만두면 행복할 거야, 나는 저런 사람을 만나 결혼하면 불행할 거야, 성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버는 법밖에 없어. 주변 사람들의 경험담 내지는 인터넷 상의 이야기를 통해 미리 예측을 하고 거기에 일말의 의심도 가지지 않는다. 그렇게 확신에 차서 자신의 판단을 확정 지어놓고, 다른 방향을 쳐다보지 않는다.


다분히 선택적인 취합이다. 분명히 진로나 결혼, 성공에 대한 다양한 시각의 이야기들이 있는데도, 사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골라 선택적으로 듣고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스로는 무척이나 객관적인 판단을 내린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객관적인 판단이었는지에 대해 침을 튀기며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한다. 그러나  논리들은 사실 표면적인 핑계일 , 기저에는 전혀 다른 원인들이 있다. 불안, 공포, 회피, 두려움 같은 것들, 특히나 스스로 인정하기 싫고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그런 원인들이 마음 밑바닥에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로 나는 객관적이지 않고 나에 대해서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또 자기 암시라는 것은 무척이나 의식을 강하게 옥죄 매는 것이어서, 생각들이 반복되면 강력한 믿음이 되고 곧 진실이 된다. 기분이 나쁘면 헤어 나올 수 없다든가, 옳고 그름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라든가, 스스로 벽을 만들어놓고 이 벽을 나는 넘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든가. 이런 이야기들은 사실 근거가 없는 내용인데도, 반복되는 생각들은 그리고 선택적인 정보의 취합은 이런 믿음을 강철처럼 단단하게 만들어 정신 깊숙이 침투시킨다. 항상 유명한 사례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냉동고에서 얼어 죽은 사람이다. 냉동고 안에 갇힌 사람이 추위에 떨다 얼어 죽었는데, 사실 냉동고의 전원은 꺼져있었다는 일례를 통해, 우리는 생각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을 교훈을 얻는다. 그런데 이렇게 흔히들 알고 있는 교훈을, 즉 생각의 힘이 매우 강력하다는 사실을 실제 자신의 삶과 연결 짓는 데는 다소 실패하는 것 같다.



지금의 내 생각은 얼마나 나를 옥죄고 있는가, 내가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자기 암시들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어떻게 하면 알아차릴 수 있고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나. 이 질문들의 근원은, 결국 스스로 자기 자신을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데서 비롯된다. 스스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다 꿰뚫어 보고 있다는 신적인 망상은, 스스로를 의심하는데 한 치의 기회도 허용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에, 내가 나를 잘 알고 있다는 믿음에 의심을 과연 던져볼 수 있는지. 내가 나를 잘 모른다는 사실을, 머릿속으로 상식적으로 논리적으로가 아니라 진정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


편협한 예측을 그만두고 자기 자신이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있는 사람이라는 고집을 내려놓으면 느낄  있을 것이다. 세상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나의 가치관과 판단이 잘못되었구나. 나의 예측은 항상 빗나가는구나. 그렇다면, 굳이 미리 불안에 떨며 인생의 방향을 정해놓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이제 모든 상황은 예측할  없는 것이 되었으므로, 온몸을 던지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마음이 가는 대로 온몸을 던졌을 때의 느낌, 지금껏 나를 옭아맸던 나의 고정관념과 판단들을 깨고 나왔을 때의  느낌은, 역시 예측할  없었던 새로운 즐거움과 자유로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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