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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쉬어가기 Aug 05. 2021

심리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당신에게

정신과 의사로서 전하고 싶은 말


1. 사주에는 화개살이라는 말이 있다.
하던 일이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돈도 명예도 인간관계도 다 덮어버린다고 해서 빛날 화(華)에 덮을 개(盖).
결국에는 종교와 철학에 귀의하는 고독하고도 쓸쓸한 삶이라고.


2. 스웨덴에 있는 오래된 왕의 길, 그 초입의 바위에는 다음과 같이 글귀가 적혀있었다.
“Den längsta resan är resan inåt (가장 긴 여행은 자기 안으로의 여행이다)”





우리는 앞을 보고 달려간다. 누구나 미래를 그리고 눈앞에 놓인 현실적인 문제를 논한다. 바쁜 일상 속에서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 이유 없이 잊고 지냈던 나날들을 다시 되돌아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그것은 지독하게 아프고 춥고 고독하고 쓸쓸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마음을 들여다보고자 한다면, 그것은 인생에서 어쩔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을 마주했다는 뜻이리라.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정도로 좌절해서, 한바탕 울어버리지 않으면 한 발자국도 더는 나아갈 수 없는 그 어쩔 수 없는 무력한 상황에서, 사람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들을 찾게 된다. 어린 시절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서툴게 그렸던 그 그림 속의 세계는 행복 가득한 금빛 세계였지만,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지 않았고 어느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현실 세계에 찌들어 수척해진 어른의 모습이다.


살아오면서 수천 번 수만 번 꿈을 꿨다, 그리고 꿈을 꾼 횟수 만큼 수천 번 수만 번 좌절했다. 좌절하고 좌절해서 더 이상 꿈을 꿀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그 무기력함에 처한 당신에게 주어진 선택지라고는, 그렇게 들여다보기 싫었던 내면의 자신을 향해 거꾸로 출발하는 마음 여행뿐이다. 현실 세계의 모든 문제를 내려놓고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지금까지 걸어온 삶을 되돌아보는 그 시간들.





정신과 의사로 살다 보니, 마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죄다 그런 사람들이더라. 커다란 사고를 당한 사람들, 갑자기 큰 병을 가지게 된 사람들, 소중한 누군가를 잃어버린 사람들, 일상생활에서의 반복된 마모에 지쳐버린 사람들, 벼랑 끝에 내몰려 더 이상은 다른 길이 없는 사람들, 어른이 된 것마냥 나름의 중무장을 하고 세계와 맞서고 있었는데, 그러다가 너무나 지치고 무너져 내려서 무장을 다 집어던지고 어린아이로 돌아가 엉엉 울고 싶어 하는 사람들, 그런데 울지는 못하고 마음 깊은 곳에 눈물을 억누르고 상처투성이 몸을 질질 이끌며 걷는 사람들뿐이더라.


자신의 한계 속에서 해볼  있는 데까지  해보고  이상은 길이 없어 결국 마음이라는 쓸쓸하고 고독한 문을 두드려보는 사람들에게, 그래야만 했던 잔혹한 현실과 깨져버린 꿈의 조각들을  안에 안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 듯한 눈을  사람들에게,  불쌍한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진심으로 전하고 싶다.


그대 잘못은 아니었다고,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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