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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마곰 Sep 29. 2024

가난과 불안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법(2)

1장 : 별과 그림책이 들려준 이야기

나는 바닷가 항구 앞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와 고요한 파도 소리가 매일같이 들려오는 곳. 마을 사람들의 삶은 늘 바쁘게 흘러갔지만, 내 유년 시절은 그들과는 다르게 조용하고 고독한 시간이 대부분이었다.


부모님은 모두 시골에서 자라셨고, 학업의 기회가 부족한 환경에서 자립하기 위해 일찍부터 사회로 나가야만 했다. 노총각, 노처녀가 되어서야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만나 늦은 결혼을 하셨고, 그들의 사랑의 결실로 내가 태어났다. 그러나 결혼이 늦었던 만큼 부모님께는 여유가 없었다. 그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했기에 나를 곁에 두고 키울 형편조차 되지 않았다. 그렇게 나는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낯선 시골의 외가로 보내졌다.


부모님은 내 어린 시절 명절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매우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따뜻한 손길이나 다정한 목소리 대신, 그저 사진 속의 웃음처럼 멀리서 바라보는 존재. '부모님의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 채 나는 외가에서 자라났다. 그곳에서 내 친구는 사람이 아닌 작고 낡은 그림책들이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 장 한 장 그림책을 넘기며, 책 속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내 하루의 전부였다. 나는 책들이 닳고 해질 때까지 그림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곤 했다.


조용한 시골 저녁이 찾아오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때 나는 별 사이를 헤집고 뛰어노는 그림책 속 친구들을 떠올리며 혼자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나갔다. 은하수 사이로 공을 주고받으며 노는 토끼들, 달빛에 반짝이는 파랑새, 그 모든 친구들이 내 고독한 마음을 달래주었다. 가끔씩 밤하늘에 펼쳐진 이야기를 끝내지 못한 채 잠에 들곤 했지만, 다음날 눈을 뜨면 그 친구들은 여전히 반짝이는 별 사이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외가에서 키우던 작은 개들도 가을의 들녘을 날아다니던 잠자리들도 모두 내 소중한 친구들이었다. 부모님의 사랑을 느끼지 못했던 어린 나에게 그들은 무언의 위로와 같은 존재였다. 또한, 외갓집 어른들과 나이 많은 큰 형 누나들이 건네주던 다정한 말 한마디, 머리를 쓰다듬어 주던 손길 속에서 나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배워갔다.


그 시절의 기억들은 지금도 선명하게 내 안에 살아 있다. 눈을 감으면, 마을 어귀에 펼쳐진 들판과 외갓집 뒤뜰에 키우던 감나무가 떠오르고, 밤하늘의 별과 상상의 친구들이 내 마음을 가득 채운다. 현재 나는 북적이는 도시에서 아둥바둥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나는 고요한 시골 풍경을 그리워한다. 내 어린 시절 책 속 친구들과 별빛 아래 뛰어놀던 나의 마음이 그곳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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