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순의 제비꽃을 들으며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넌 웃으면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너머 먼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
한 해가 저물기 며칠 전
우연히 듣게 된 제비꽃
장필순의 쓸쓸한 목소리로
아련한 멜로디에 실려오는
가사가 한 자 한 자가 마음에 내려앉았다
말갛고 고운 꿈을 가득 품고
초롱초롱 빛나던 어린 눈동자는 사라지고
아픈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고 또 고여
점점 흐려지는 눈빛으로
마음이 바삭하게 야위어 가는 날들
그런데
이렇게 끝나는 건 아니라고
마침내는 밤의 정적 속에
고통으로 뒤척이는 대신
밤공기에 스며드는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영원한 평온에 이를 거라고
하늘에서 그 누군가
먼저 바람이 된 나를 사랑하는 이가
노래로 이야기를 전해 주는 것 같았다
눈물과 땀방울을
아프게 쏟아 버리지 말고
마음의 꽃잎에게 준다면
언젠가 벨벳처럼 보드라운 제비꽃
연보랏빛 평화에 이를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