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I'm fine, thank you. And you?

- 나는 "느아쁜 쉐끼"라며 혼잣말을 했다.

by 점빵 뿅원장

개원하고 몇 년 동안은 근처 대학교의 외국인 강사들이 꽤 많이 내원했었다.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이었는데, 그분들 사이에서 우리 치과는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하며, 외국인이라고 바가지를 씌우거나 과잉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좋은 평을 얻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은 치과에서 자주 쓰이는 영어 표현들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방에 위치한 대학교의 학생 수가 급감하고, 중국에서 온 유학생들로 학생 구성이 바뀌면서 영어 강좌가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외국인 강사들도 떠나기 시작했다. 떠나기 전 점검을 받으러 들른 환자들이 "곧 귀국한다"며 인사했던 기억이 여러 번 있다.


오늘, 예전부터 다니던 외국인 환자가 오랜만에 다시 내원했다. 아픈 부위를 확인하고 엑스레이 촬영과 몇 가지 검사를 진행했지만, 증상이나 통증 부위의 상태가 애매했다. 충치는 아닌 듯했고, 엑스레이는 뭔가 명확하지 않았으며, 잇몸 질환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환자가 말하는 증상과는 약간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상황을 설명하고, 우선 간단한 잇몸 치료만 하고 경과를 1주일 정도 지켜보자고 했다. 증상이 계속되면 그때 조금 더 적극적인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다. 물론 이 모든 설명은 나의 짧은 영어로, 중간중간 네이버 사전을 찾거나 번역기를 참고하면서 했다. — 그냥 번역기로 하면 되지 않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예전에 번역기를 통해 설명했을 때 환자와의 이해에 차이가 있었던 경험이 있어서, 가능하면 직접 설명하고, 환자가 이해했는지도 꼭 확인하려고 한다. — 충분한지는 모르겠지만 환자는 내 설명을 이해했다고 했고, 동의한 후 간단한 치료를 마쳤다.


“Thank you.”
“You're welcome, my pleasure.”


까지 이야기를 마치고 환자를 보내며 내 방으로 들어오는데,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느아쁜 쉐끼"라고 혼잣말을 하면서 웃음이 터졌다. 환자가 수납 데스크에서 아주 명확하고 또렷한 발음으로,

“얼마예요? 차 가져왔어요. 주차 시간해 주세요.” 라며 한국말을 너무 자연스럽게 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이 환자를 만났을 때, 인사를 할 때를 빼면 너무나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야기를 시작했던지라, 나는 환자가 한국말을 잘 못한다고 생각하고 늘 영어로 진료를 봐왔는데 말이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저분, 원장님하고 얘기할 때만 영어 쓰시고요, 저희한테는 한국말 잘하세요."라고 말한다. 아이고... 그런 것도 모르고 나는 그동안 아는 영어 단어, 모르는 단어 다 동원해서 설명하고, 영어 공부하겠다고 시작한 스픽 앱을 열심히 안 쓰고 있다며 자책하고 있었는데...


다음부터는 나도 그냥 한국말로 이야기해야겠다. 영어로 물어봐도 한국말로 답해주리라. 아니, 그전에 왜 나한테만 영어로 말하는지 꼭 한 번 물어봐야겠다.


그래도 오늘은 한 번 웃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학교 구강 검진, 진짜 그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