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제까지 내 마음을 지킬 수 있을까.
가까운 친구가 말했다. "치과는 아니지만 다른 병원에서 일하는 원장님이 진료하는 걸 봤는데, 고급 진료를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저게 맞는 진료야?'라는 생각이 들 만큼 이상한 진료를 해. 결국에 보면 고급 진료가 아니라 돈을 많이 벌기 위한 진료를 하고 있는 거였어. 그걸 보다 보니까 네가 아직까지 신념을 지키면서 진료하는 것 같아서 대단하다고,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듣는 순간 온갖 생각이 다 떠올랐지만 말을 삼켰다.
고급 진료도 좋지만 나도 돈을 많이 버는 진료를 하고 싶다고.
신념을 지키는 것인지 소심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진료를 했을 때 그걸 보고 그래도 괜찮다고 눈감을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군가처럼 원래 그런 것이라고 말할 자신이 없는 것이라고.
내가 치료하고 계획하는 것이 누구나 납득할 수 있도록 교과서에서 말하는 방향과 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문제가 생겼을 때 내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이면 좋겠다고.
혹여나 내가 해결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보다 나은 누군가가 보고 '이 정도면 할 수 있는 건 다 했네, 그다음은 정말 스페셜리스트의 영역이네'라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것이라고.
나는 내 마음을 등질 용기가 없는 것이라고.
신념을 지키면서 살고 싶지만 요즘 같아서는 신념이고 나발이고 다 그만두고 싶다. 내가 교과서 같은 좋은 진료를 한다고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좋은 재료를 쓰고, 좋은 기공소에서 잘 만든 보철물을 쓴다고 환자가 더 잘 쓰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돈이 없다고 해서 의료 보험으로 할 수 있는 부분으로 최대한 치료하고 자연치아를 살려두었더니, 몇 년 지나서는 다른 치과에 가서 쓸만한 치아까지 다 뽑고 임플란트까지 심고 와서는 불편하다며 그 치과는 가기 싫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에게 굳이 신념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환자들은 멀쩡한 치아를 하나 더 뽑더라도 값이 싸면 좋은 치과가 되는 것 같아서 그렇게 따라가지 않으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처음 페이닥터를 할 때 치과의 원장님이 그러셨다.
"뿅 원장, 너처럼 하면 치과 망해. 자존심, 양심은 집에다 두고 와."
개원을 할 때의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의 나는 그때의 원장님 말씀이 맞았나 싶어서 마음이 너무 힘들다. 옳다고 믿었던 것, 신념을 지키면서 산다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러다 내가 진짜 내 마음을 등지게 될까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