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는 참 똑똑하구나.

- AI를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by 점빵 뿅원장

며칠 전 한 환자분이 2주 전부터 입안에 뭐가 생겼다며 내원하셨다. 이럴 때는 궤양이나 수포가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필요하면 약처방을 하거나 소독하고 연고를 바르는 등의 간단한 처치만 하고 나서 잘 쉬고, 잘 드시도록 권유한다. 이번에도 그런 걸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안을 보니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수포도 아니고, 궤양도 아닌 뭔가 단단하고 질긴 느낌, 불규칙한 형태인 듯하면서도 아닌 느낌, 점점 커질 것 같지는 않고,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애매한 상태. 주변에 자극을 줄 만한 것도 없는 위치라서 뭔지 감별이 잘 안 된다. 간단하게 구강 내의 사진을 찍고 환자분을 잠깐 기다리시도록 한 다음 방으로 들어와서 교과서와 연조직 관련한 책을 찾아보았다. 몇 가지가 추려지고, 이것인지 저것인지를 고민하면서 사진을 비교하고 있다가 문득 '이걸 ChatGPT한테 물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밑져야 본전이지 뭐. 터무니없는 소리 하면 앞으로 안 쓰면 되지 뭐.'라는 생각을 하며 ChatGPT를 열고 구강 내에서 관찰한 몇 가지 정보를 넣었다.


잠시 후 책에서 확인했던 몇 가지를 비롯한 가능성 있는 진단명들이 나온다. 그러면서 ChatGPT는 '사진이 있으면 더 범위를 좁힐 수 있을 것 같다'는 메시지를 준다. 구강 내 사진을 캡처해서 첨부하니 거의 확실에 가까운 진단명을 주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말이다.


환자분께 현재의 상태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하고, 나쁜 것은 아니겠지만 좀 더 정확한 확인을 위해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의뢰를 할 수 있으며, 그렇게 되었을 때 어떤 치료가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설명을 하고 보내드렸다.


환자분이 가시고 나서 컴퓨터 앞에 앉아 몇 가지 추가 정보를 넣으니 이건 어지간한 치과의사보다 더 진단을 잘한다는 생각이다. 엄청난 정보들이 모여 만들어진 AI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책을 찾고 사진을 비교하는 동안 AI들은 순식간에 진단하고 결론을 도출한다는 생각을 하니 뭔가 씁쓸하다. 점점 더 인공지능보다 못한 내가 되어 치과의사로서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걸 잘 이용하면 진단을 잘하는, 꽤나 똑똑한 치과의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무언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이용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나이가 되고 있다. 주변에서는 AI를 이용해서 자료도 쉽게 모으고, 정리도 편하게 한다는데 아직도 과거의 방법으로 느리게 걷고 있는 내가 한심하고 걱정도 되는 요즘이다. 말로는 다 할 수 있다고, 배우면 된다고, 나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뒤떨어져 버리는 골방의 늙은이가 될까 두렵다. 좀 더 유연한 사고와 적극적인 배움에 대한 의지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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