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덤핑 치과를 궁금해하는 당신들에게.
<사진은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 넣었습니다. 문제가 있으면 지우겠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는 넣어도 되는 거겠죠?>
점심때 주변 공원을 산책하다가 새로 생기는 모 치과에서 나누어 주는 명함을 받았다. 교차로에 광고판을 붙인 트럭을 세워 놓고, 컨설팅 업체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치과 로고가 새겨진 점퍼를 입은 사람이 임플란트, 크라운 할인을 적어놓은 명함을 치실과 함께 나누어 주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덤핑치과들이 주변에 생겼지만 이번에 생기는 곳은 우리 치과의 바로 코앞인지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던 참이었다.
명함을 보니 더 가관이다. 병원의 대표가 되어야 하는 의사 이름은 없고 '박땡땡' 부장의 이름과 전화번호, 개원기념 임플란트 할인가 XX원, 지르코니아 크라운 할인가 OO원이 적혀있다. 길 옆에 버려진 불법 퇴폐 마사지 가격이 적힌 명함과 별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많은 치과들이 생기고 과잉 경쟁으로 인해 치과계가 막장이라지만 이렇게까지 무너져야 하나 싶은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이곳을 가는 환자들은 과연 괜찮은지, 치료에 만족하는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환자들이 가끔 나에게 묻는다. 유튜브나 SNS의 각종 광고에 29만 원, 39만 원씩 쓰여 있는 임플란트는 도대체 뭐냐고. 그러면서 '그 가격이면 할 수 있는 걸 너희는 너무 비싸게 받는 거 아니냐, 폭리 아니냐'라고 말한다. 처음에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는 '그 치과에 가면 가격은 싸겠지만 충분히 살려 쓸 수 있는 치아도 뽑고 임플란트를 심고 온다, 진단이나 치료 계획을 치과의사가 아닌 상담실장이 세운다, 수술만 치과의사가 하고 나머지 부분은 기공사나 치과위생사, 심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무자격자가 불법 위임 진료를 한다, 의사가 계속 바뀌어서 나중에는 환자의 구강 내 상태나 전후 사정을 모르고 처치하게 되어 문제가 생겨도 대처가 안된다, 임플란트 가격은 저렇게 싸다고 해놓고 이것저것을 붙여서 결국 처음 계획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내게 된다' 등의 이유를 말해 주었었다.
그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치아를 살려 크라운을 씌우는 가격보다 임플란트를 하나를 하는 게 더 싸면 그게 낫지 않냐'는 덤핑 치과들의 논리에 설득되어 오는 경우가 있어서 '그 치과의 임플란트 가격이면 우리 치과에서 쓰는 재료비와 기공료만큼도 안되니 그냥 그쪽으로 가서 치료받으시라'라고 하게 되었다. '다만 문제가 생겼다고, 병원이 없어졌다고 나에게 해결해 달라고 오지는 마시라'는 말을 꼭 하게 된다. 그렇게 싼 가격에 혹해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1~2년이 지나 '안 씹히고 계속 아픈데 아무 이상 없다며 약만 주고 아무것도 안 해준다, 수술했던 의사는 퇴사하고 없단다, 다시 하면 또 돈을 내란다, 의사는 못 만나고 상담실장이라는 사람이 괜찮다는 말만 한다, 치과의사 아닌 것 같은 사람이 와서 다시 만들어 줬는데 여전히 아프고 불편하다, 보철물이 자꾸 빠진다'면서 앞으로의 관리는 우리 치과에서 받고 싶다고 하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손을 대려야 댈 수가 없다. 수술 당시 환자의 상태도 모르고, 사용하는 임플란트도 다르거니와, 괜히 손을 댔다가 '멀쩡했는데 내가 손을 대서 상태가 나빠졌다'라고 우기는 환자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우리 치과에서 받는 비용에는 치료 후 사후 관리에 대한 책임이 모두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임플란트 상태가 너무 안 좋은 환자에게 '빼내고 다시 심어야 됩니다, 비용은 이만큼 듭니다'라고 하면 적은 비용을 들여서 치료했던 기억 때문에 결국 다시 원래의 그곳으로 가거나 비슷한 류의 치과로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물며 10년 가까이 우리 치과를 다니던 환자분 중에도 가격이 비싸다며 다른 곳에 가서 멀쩡한 옆 치아까지 뽑고 임플란트를 심고 와서는 불편하니 봐달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요즘이기에 이제는 별로 실망스럽지도 않다.
그래서 점점 더 마음을 내려놓게 된다. 나를 믿고 치료를 한다고 하면 최선을 다해 치료하는 것이고, 가격 때문에 진행이 어려우면 그쪽으로 가시면 된다고. 그런다고 해서 내가 환자분을 원망하거나 미워하지 않으니 편하게 하시라고 말할 뿐이다. 다만 내가 고고한 학, 소나무, 대나무 같은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도매금으로 그들과 똑같은 취급을 당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