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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15. 2023

내가 좋아하는 환자

- 이제는 제주도로 이사 가신 치과 옆 성당 수녀님. 

작년에 두 달 정도 열심히 치료받으러 오시던 수녀님이 계십니다. 오실 때부터 보여주셨던 선한 말씨, 소박하고 따뜻한 웃음, 기품 있는 모습에 우리 병원 가족들 모두 반했습니다. 60대 초반의 연세에도 어쩌면 그렇게 맑고 좋으신지...


저는 천주교 신자이기는 하지만 냉담 중인지라 수녀님께서 오실 때마다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하기도 하고 뭔가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런 마음 때문인지 더 꼼꼼하게 보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저희 직원들에게도 더 많이 신경 쓰도록 당부했었고요.(이렇게라도 하면 성당에 안 나가는 불편한 마음이 좀 사라질까... 하는 마음이 제일 컸었고, 존경심이 절로 생기는 분이었던지라 더 잘해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두어 달에 걸친 치료가 다 끝났고, 앞으로는 정기적으로 검진을 오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수녀님께서 해주셨던 말씀이 제 마음을 흔들었습니다.


"원장님, 제가 치과치료를 받으러 와서 마음을 힐링하고 갑니다"


수녀님께서 보여주신 따뜻한 모습과 인품에 반했고, 성당에 안 나가는 죄송스러움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것뿐인데 마음까지 힐링하셨다는 말씀에 눈물까지 찔끔 났었습니다.


엊그제, 오랜만에 수녀님께서 검진을 받으러 오셨습니다. 여전히 따뜻한 모습이 좋아 두 손 모아 허리 굽혀 인사를 드렸습니다. 검진을 마치고, 조금 더 신경 써서 관리하셔야 될 부분을 말씀드리는데 아쉬운 말씀을 하시네요. 이 달 20일에 제주도로 내려가셔서 가기 전에 검진을 받으러 오셨답니다. 또 한 번 아쉬움에 눈물이 찔끔 났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더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시고, 좋은 생각과 기운을 나누어 주기 위해 가시는 길이겠지만 많이 아쉽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길, 그 따뜻한 웃음과 선한 말씀으로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되어주시길 바라봅니다.



"수녀님, 치과치료는 제가 했지만 저희 마음은 수녀님께서 치료해 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2023.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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