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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16. 2023

크라운의 여행

-  먼 길, 잘 갔다 왔니?

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치과에 다녔던 어머님 한 분이 어제 식사를 하고 나니 임플란트 머리가 없어졌다며 오셨다. 아마도 삼킨 것 같다고 하신다. 


너... 뚜껑 어디에 뒀니?


저 위(어버트먼트라고 합니다.)에 올라가 있어야 할 크라운이 없다. 


"어머니, 혹시 숨쉬기 불편하시거나, 기침 나거나, 숨 쉴 때 쌔액쌔액 소리가 나거나 하지는 않으시죠?"라고 여쭤보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하신다. 

"그러면 한 이틀 정도 있다가 찾아오시면 붙여 드릴게요."라고 했더니 '이게 뭔 소리고...'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신다. 

"(뿅 원장)아, 그게 뱃속으로 들어가서 하루 이틀 지나면 밖으로 나오니까 찾아오시면 돼요."

"(어머님) 응? 응? 호호호호호... 아니 그래도 그건 좀...."

"(뿅 원장) 그거 새로 하시면 4~50만 원 나와요, 어머니. 그냥 찾아오세요. 생각보다 그런 일 많아요."

"(어머님) 아니, 원장님. 그래도 그건 좀... 호호호호..."

"(뿅 원장) 아니면 아버님께 좀 찾아달라고 하세요. 하하"


우리는 대화를 나누다 빵 터졌다. 


"(어머님) 에이, 원장님. 그냥 새로 해주세요, 고마."

"(뿅 원장) 아니, 어머님, 내일이나 모레면 나온다니까요. 저야 새로 하면 돈 벌어서 좋지만 뭐 하러 그걸로 돈을 쓰세요. 그냥 찾아오세요."

"(어머님) 아니, 그래도... 호호호호호..."

"(뿅 원장) 그러면 내일까지 생각해 보시고 오세요. 어지간하면 그냥 아버님께 찾아달라고 하세요. 하하"

"(어머님) 아니, 그래도.... 호호호호호..."


그렇게 귀가하신 환자 분은 1주일 정도 후에 오셔서 비닐백에 담긴 크라운을 꺼내어 주셨다. 이미 충분히 깨끗하게 닦인 상태였지만 다시 한번 소독하고 세척해서 붙여드렸다. 


긴 여행을 하고 돌아온 크라운아 반가워. 그리고 무사히 돌아와 줘서 고마워. 


(이래서 내가 돈을 못 버나 보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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