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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n 14. 2023

영혼을 담은 "따끔"

- 마취, 그 정성스러운 주사.

아닌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치과 치료는 마취가 필요하다. 환자가 가장 힘들고 무서워하는 것도 마취인 것 같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안 아프게, 불편하지 않게 마취를 하려고 애쓴다. 실제로 여러 환자들이 '원장님은 정말 마취를 안 아프게 한다'는 칭찬도 자주 해준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우리 위층 의사 선생님마저도 "어떻게 치과 마취가 안 아플 수 있죠?"라고 칭찬해 주셨다.)


마취 주사를 하기 전, 환자에게 바늘이 들어간다는 신호로 "따끔합니다"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 나름대로는 환자의 통증과 불편감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따끔합니다.", "불편하시죠"라는 말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치료를 받으러 왔었던 절친에게 마취를 하면서 똑같이 말했더니 "영혼이 없다."라고 했다.


박진주 님의 '따끔'


"아냐, 나는 마취를 할 때 환자가 불편감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하고 있어."라고 말을 변명을 해봤지만 막상 마취를 하면서 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영혼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사진에 담긴 배우 박진주 씨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매일 마취를 하면서 고민을 한다.

어떻게 하면 환자의 통증과 불편감에 공감하는 나의 마음이 전달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혼이 담겨 보일까...


"따~~끔합니다", "따끔! 합니다.", "마취합니다.", "불편하시겠지만 마취합니다.", "아이고... 아파서 어쩐대요." 등등... 별의별 멘트를 다 고민하고 억양도 바꿔보지만 어떻게 해도 영혼이 담겨있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럽다. 허허.


그래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마취해서 환자분이 안 아파하는 것에 위안을 삼는다. 영혼은 조금 더 많이 담아보려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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