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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Jul 24. 2023

노 쇼.

- 자영업자를 울리는 당신들의 이기심. 

(제목에 있는 사진은 지난 토요일 우리 병원 예약표에 올라온 예약환자수, 내원한 환자수, 오지 않은 환자수, 약속을 취소한 환자수이다. 24명이 예약했고, 15명이 왔으며, 3명이 아무 연락 없이 오지 않았으며, 6명이 당일 예약을 취소했다.) 




  7월, 거의 한 달 내내 비가 내렸다. 

  지난번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비가 오면 환자가 오지 않는다. 교통도 불편하고, 몸도 찌뿌드하고, 귀찮은 마음도 생겨서 오지 않는 것이라 이해하려고 한다. 그 덕에 나의 7월은 참 힘들었다. 일이 없어 몸은 편했지만, 와야 할 환자가 오지 않다 보니 다달이 나가야 할 고정비용에 목을 매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작은 사업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이기 때문이다. 


  토요일은 예약이 빨리 찬다. 평일에 오기 어려운 직장인들, 아이를 데려오기 어려운 맞벌이 부부들, 멀리서 오는 환자분들이 토요일 내원을 선호하다 보니 보통 2주 전에는 예약이 마감된다. 외과적인 처치가 이루어지는 치과의 특성상 각 환자를 치료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마냥 약속을 잡을 수 없어서 어느 정도 약속이 잡히면 더 이상의 예약을 잡지 않는다. 그래서 예약 잡기 어렵다는 환자분들의 볼멘소리가 가끔 나오곤 한다. (물론 나도 욕심이 있기에 '그냥 약속을 더 많이 잡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위임진료를 하지 않는 내 성격상 더 많은 환자를 보게 되면 내가 원하는 만큼의 치료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 그런 마음은 버렸다.)


  하지만 내 마음을 힘들게 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토요일 같은 날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당일날 예약 시간이 다 되어서야 전화를 해서 못 가게 되었으니 다음 주로 예약을 변경해 달라고 하거나, 아무 연락도 없고 우리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다가 한참 후에 연락을 해서는 다른 토요일로 약속을 잡아 달라고 한다. 토요일 일찍 왔다 가겠다며 예약을 잡아놓고는 연락을 해보면 아직 잠에 들어있는 목소리로 취소해 달라고 하거나, 약속 시간에는 연락이 안 되다가 끝나기 직전에 내원해서는 '왔는데 왜 진료가 안 되냐'라고 항의하는 환자들에 지쳐버렸다. 이런 상황을 줄여보기 위해 3일 전, 1일 전에 확인 전화를 해보기도 했지만 전화 통화를 할 때는 반드시 온다고 해놓고 당일날이 되면 아무렇지도 않게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는 일이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정작 토요일에 꼭 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오지 못하거나, 오랫동안 기다렸다가 사이에 끼워서 진료를 보거나, 결국 다른 병원으로 가게 되는 문제들도 생기게 되었다.  


  차라리 안 온다고 했으면 토요일 진료가 꼭 필요한 다른 환자의 약속을 잡았을 것이고, 아예 예약이 없었으면 직원들과 내가 편하게 쉬기라도 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화가 난다.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겨서 못 올 수도 있지만, 늘 약속을 어기는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는 것에 더 화가 난다.  


  몇 년 전, 노쇼(no-show)에 화가 난 유명한 셰프가 SNS에 비판하는 글을 게시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그때도 그랬지만 지금도 진심으로 공감하고 지지한다. '나 하나쯤이야, 뭐 이 정도쯤이야'하는 마음으로 오지 않는 당신들. 예약은 약속입니다. 부끄러운 줄 아세요.   


  에잇. 쓰다 보니 또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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