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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Aug 05. 2023

비 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님의 시. <파티마샘> 여름호 소식지에서.  

비에 젖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 소리가 아니라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 없이 내려 

그 땅에 꽃과 열매를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워내는 

봄비처럼 살게 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주는

단비 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마음이 힘들 때 책이나 잡지를 펴면 신기하게도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글들이 보인다. 아침에 내 방 책상 위에 쌓여있던 기관에서 발행한 잡지를 무심코 펼쳐봤는데 첫 장에 이런 시가 쓰여 있었다.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도 아닌데 시 한 편이 이렇게 마음에 크게 와닿을 줄이야... 같은 마음으로 기도를 하게 될 줄이야... 오늘 하루도 이렇게 이겨내 본다. 덥지만, 마음이 힘들지만, 그래도 살만한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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