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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Aug 09. 2023

8월이 빨리 지나가면 좋겠습니다.

이제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말이죠.


  8월은 바쁜 달이다.

  병원의 휴가와 공휴일, 원래 쉬는 날까지 합치면 휴일이 많지만, 휴가와 방학에 맞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예약표가 비는 날도 의외로 꽉꽉 채워서 일을 하곤 한다. 바쁜 것도 바쁜 것이지만 이번 달은 초반부터 힘든 일이 계속 생겨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선 힘들었던 것은 직원 한 사람이 퇴사를 한 것이다. 착하고 성실한 데다 일 년 넘게 손발을 잘 맞춰둔지라 이제 어지간한 일은 특별히 말하지 않아도 잘 처리할 수 있는 좋은 친구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함께 일하고 싶었는데 아파지는 몸에 힘들었나 보다. 7월 초에 조심스럽게 말을 나왔고, 다행히 8월 초에 육아휴직에서 복직하는 직원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인수인계를 하며 퇴사하게 되었다. 하지만 복직한 직원에게도 1년이라는 공백이 있다 보니 잠시 동안은 혼란이 생기고 있고, 바쁜 시기에 손발이 잘 맞았던 직원이 없다 보니 병원 식구들 모두가 버벅거리는 시간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이런 때면 늘 오는 약간의 삐걱거림까지....


  다음으로 힘든 일은 지난주에 병원 내부 배관에서 물이 터져서 아래층에 위치한 세 군데 가게 천정으로 샜던 것이다('병원에 물이 터졌다' 글 참고). 빨리 조치하기는 했지만 고여 있는 물이 아직 완전히 마르지 않아서 아래층 사장님들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오늘 한 군데 업장 사장님께서 CCTV가 고장이 났다며 올라오셨다. 확인을 해보니 천정 누수로 인한 부분이 명확한지라 다시 한번 사과드리고 수리하시도록 말씀드렸는데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다른 곳들은 어떻게 되려나.... ㅠ.ㅠ


  게다가 폭염 상황에서 집 에어컨이 고장이 났다. 아침에 보니 에어컨에 에러메시지가 떠 있길래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알려주는 자가조치를 찾아 해 봤는데도 작동하지 않았다. 서비스 센터에 연락을 해보니 8월 16일이나 되어서야 기사님이 방문할 수 있다고 한다. 방학이어서 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어떻게든 고쳐야 하는데 워낙 덥기도 하고, 우리 집만 방문하는 게 아닌지라 답이 없는 것 같다.


    오늘 밤부터 태풍이 온다고 하고 이번 태풍은 한반도를 관통해 간다고 하니 이런저런 비피해가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내일 오전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병원 문을 닫아야 되나... 작년에도 이런 예보가 있어서 오전에 병원 문을 닫았었는데 막상 아침에 보니 해가 쨍쨍했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어퍼컷을 맞은 것은 아니지만 자잘한 잽을 맞고 나니 피로가 누적이 되고, 그 중간에 들어온 훅이 평소보다 큰 충격으로 남아 자꾸만 멘탈이 무너져 가는 요즘이다.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8월이지만 빨리 지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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