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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Sep 20. 2023

뒤늦은 후회.

- 교정 세미나를 들으며.

(위의 그림은 만화 슬램덩크의 한 장면입니다. 전국대회로 가기 위한 지역예선전 능남과의 시합에서 체력이 다 소진된 정대만이 지나간 날에 대한 후회를 하는 장면입니다. 제 모습 같네요.ㅠ.ㅠ)


 한 해에 하나씩 이력서에 추가하기 프로젝트로 3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올 때마다 토요일, 일요일 이틀간 교정 수업을 듣고 있다. 이제 한 번의 실습수업을 듣고 나면  다음 달이 마지막 수업이다. 나는 교정이 메인 진료가 아니기도 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상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어 적극적으로 교정치료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부분 교정은 써야 하는 케이스가 종종 있어서 이번 세미나를 듣게 되었다. 기존에도 하는 부분이지만 늘 아쉬운 점이 있었기에 뭔가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항상 시작할 때는 뭔가 대단한 결심을 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그 결심이 사그라들고 빨리 끝나기만 바라는 것 같아 아쉽다.  


  세미나가 거의 끝나가는 오늘 수업 중에 갑자기 치료가 잘 마무리되었지만 뭔가 아쉬웠던 케이스들이 하나씩 떠오르면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했던 것일까... 왜 조금 더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들이 생각났다. 치료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어쩌면 환자에게 받는 치료비용보다 손해일 수도 있는 경우들을 아까워하지 않았더라면, 실패할까 봐 걱정했던 케이스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했더라면, 될까 말까 한 순간에서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공부했었다면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이었다면 많은 경험이 쌓여 능숙하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난 뭐가 그렇게 걱정되었던 걸까. 소심하고 꼼꼼한 성격상 혹여나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려고 엄청나게 애썼었을 텐데... 그렇게 조금씩 이겨내고 성장했었을 텐데... 지나간 시간에 대한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버릇처럼 나 자신에게, 타인에게 말하고 있지만 막상 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은 두렵다. 솔직히 말하면 많이 늦었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스러워지는 성격 탓에 새롭게 배운 것들을 적용해 볼 수 있을까, 결국에는 이전과 같은 진료를 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세미나 강의실에 있는 연세가 많은 원장님들의 배움에 대한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막상 나 자신은 그렇게 못해 한심스럽다. (글을 다시 읽어보니 온통 후회, 한심스러움, 아쉬움, 두려움 투성이구나...)


  누군가는 말한다. 다 그렇게 한다고. 배운다고 다 써먹는 건 아니라고.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일한 덕분에 그동안 사고 없이 잘 지내오지 않았냐고. 하지만 나이가 들고 경력이 쌓이면서 틀에 박한 진료만 한다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점점 더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대의 흐름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 흐름을 잘 타고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도덕도, 양심도 없어진 시대라지만 돈을 많이 못 벌어도 좋은 진료를 하고, 후배들과 이야기를 하더라도 쉽게 통할 수 있고, 선배에게 더 좋은 방향의 진료를 알려드릴 수 있는 치과의사이고 싶다.

  

  반년 넘게 세미나를 다니면서 배운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봐야겠다. 아는 것이 많아지다 보면 할 수 있는 케이스도 많아지겠지. 눈에 보이는 것도 많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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