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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Sep 14. 2023

가슴이 뛴다.

- 스트레스. 커피. 가슴이 두근거린다. 나 아픈건가?

  며칠 전, 일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렸다. 왠지 모를 심장의 쿵쾅거림과 불규칙한 박동의 느낌에 덜컥 겁이 났다. 이제 40대 중반. 심혈관 질환과 성인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워낙 많은 시대이지만, 나는 체중도 정상범주, 술도 거의 마시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기름진 음식도 피하고,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걱정을 하지는 않았는데 나에게도 그런 일이 오는 건가 싶은 마음에 두려움이 앞섰다. '금방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하는데도 두근거리는 가슴이 가라앉지 않는다. 결국 진료를 하다가 잠깐 멈추고 방으로 들어와 심호흡을 하고 혈압을 재봤다. 121/82, 박동수 73. 이만하면 정상인데 왜 그렇지...? 


  직원들도 놀랐는지 오며 가며 괜찮은지 물어본다. 괜찮다고 말하고 있지만 계속 심장 박동이 느껴져 무서웠다. 농담처럼 직원들에게 "나 쓰러지면 바로 119 불러줘요", "나 갑자기 죽어도 퇴직금은 은행 가서 꼭 찾아가요. 밀리지 않고 퇴직연금 다 넣어놨으니까."라고 말하면서 어찌어찌 진료를 마치고 병원에서 조금 일찍 나왔다.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려 무섭다고. 가다가 정신 잃을까 봐 겁나서 전화하면서 가는 거라고. 아내는 특유의 냉정한 말투로 아무렇지도 않게 괜찮다고 말한다. "술을 마시니, 담배를 피우니, 살이 찌길 했니? 괜찮아. 그냥 요즘에 스트레스 많이 받아서 그런 거야. 계속 그러면 병원 가자." 그 말에 안심하면서도 내심 섭섭하다. ("괜찮아? 죽으면 안 돼. ㅠ.ㅠ" 같은 반응을 기대했나 보다.)


  집에 와서 잠깐 쉬면서 혈압을 다시 재보니 아까보다 더 낮아졌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도 조금 줄어든 것 같다. 내심 요즘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것 같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며칠간을 돌이켜 보니 일이 너무 많았었다. 일을 잘 못하는 직원은 끝도 없이 나락으로 빠져드는 것 같고, 쉬지 않고 일거리와 잔소리거리를 만든다. 이제 연식이 되어가는 장비들은 툭하면 고장이 나는데 문제는 장비를 고치러 오는 회사 직원들이 고치지 못하고 간다는 것이다. 게다가 추석을 앞두고 있어서인지, 경기 침체의 영향인지 이번 달은 매출도 엉망이다. 명절이 낀 달은 늘 힘들었지만 이번 달은 정말 역대급이다. 스트레스와 걱정거리에 늘어나는 것은 커피뿐이다. 아침에 한 잔, 점심식사 마치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보통이고, 오후에도 어쩌다 보면 한 잔을 더 마시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카페인 섭취량도 엄청나게 올라갔고, 밤에 잠도 잘 못 자서 오늘 같은 가슴 두근거림이 생긴 거라고 결론을 내렸다. 


   스트레스를 없앨 수는 없어서 이틀 정도 커피를 끊었다. 가슴의 두근거림이 한 번씩 있기는 하지만 거의 없어졌고 새벽에 깨기는 하지만 잠은 조금 더 쉽게 들 수 있었다. 하지만 두통이 생겼다. 매일 다량으로 들어오던 카페인이 없어지니 나타나는 증상이리라... 이것마저 스트레스가 되는구나... 

  

  이러나저러나 답이 없다. 누군가는 '스트레스를 받지 마. 커피 끊어. 그냥 신경을 좀 끊어.'라고 말하지만 쌓이는 일들과 상황들에 어떻게 스트레스를 안 받겠는가.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인데 어떻게 끊겠는가. 끊임없이 신경을 긁는 일들이 가득한데 어떻게 신경을 끊겠는가... 쩝...


  커피를 마시지 않으려고 카페인이 없는 건강차를 한 박스 주문했다. 당분간 커피 끊고 저거 마셔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포장을 보니 불매하고 있는 "남X"에서 나온 음료이다. 젠장...  이것마저 내 마음대로 안되는구나. 스트레스가 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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