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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Oct 18. 2023

유튜브 알고리즘은 왜 나에게 이걸 보여준걸까?

- 유튜브에서 유명인이 된 오래 전 친구를 보았다.

  어젯밤 무심코 켠 유튜브에서 매우 유명한 시사, 경제 유튜버의 전문가 대담이 보였다. 어떤 알고리즘으로 나오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유튜브는 모 유명 원장님의 라이브 서저리, 큰별 선생님 역사 강의, 컬투쇼 다시 듣기 아니면 보는 일이 없다. 그리고 내 계정은 아들 녀석이 게임 관련한 내용 찾는데 이용되고 있어서 저런 게 나올 일이 없는데 뭔가 싶어서 눌러봤다. 헐!!! 그런데 대담자로 나온 전문가가 아는 사람이 아닌가?! 나와 중,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것도 중 1, 고 1 때 같은 반, 고 1 때는 내 짝이었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를 매우 잘하던 친구가 있었다. 나야 늘 그냥 그런 아이였으니까 별 존재감 없이 학교 생활을 한 데에 비해 이 친구는 늘 선생님들의 기대와 관심을 받던 아이였다. 공부를 잘하기도 했지만 워낙 열심히 했던지라 아무도 듣지 않던 지루한 수업도 열심히 들었고,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다들 딴생각에 빠져있을 때도 혼자 불타며 공부하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이 아이를 모르는 선생님이 없었다. 한 가지 일화로 우리 때 유행하던 학습지 - 디딤돌, 총력테스트, 중앙교육 A+, 지학사 엑스레이, 블랙박스 등 - 도 대부분의 친구들은 가입할 때 받은 선물만 가득하고 포장도 안 뜯은 채로 쌓아놓기 일쑤였는데 이 친구는 다섯 개 정도 구독해서 하나도 빠짐없이 다 풀었다고 들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연스럽게 S대학에 입학했다는 소식까지만 듣고는 잊고 살았는데 어젯밤에 유튜브에서 보게 된 것이다.


  궁금해서 그 친구의 이름을 구글에 넣고 검색해 보니 어마어마한 경력을 쌓고 모 대학 첨단 공학 관련 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었다. 직접 쓴 책 중에 베스트셀러도 있고 해당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 친구가 쓴 글을 읽어보니 잘 모르는 내용이었지만, 오랜 시간의 노력과 학문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고 해박한 느낌이었다. 뭐... 고등학교 때에도 워낙 똑똑한 아이였으니...


  복잡한 마음이었다. 별로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같은 동네에서 같은 세월을 보냈고, 짧은 시간이었어도 옆 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던 사람이 저렇게 유명해져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모습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깐이나마 공학자의 길을 꿈꿨던 사람으로서 부럽기도 했다. 배고프게 살기 싫어 선택한 내 길이니 후회는 없다지만, 그저 하고 싶은 공부를 열심히 공부했었다면 어땠을까. 나도 내가 생각하는 배고픈 학자의 절망적인 모습이 아닌 뭐라도 되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있었고, 저 친구만큼 저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워낙 오랜 세월이 지나 이젠 친구라고 하기도 뭣한 사이지만 오늘은 그 친구의 책을 한 권 사야겠다. 전혀 모르는 생소한 분야라지만, 이해하기 쉽게 썼다는 독자의 평이 있으니 한 번쯤은 읽어봐야지. 그리고 그 노력과 깊이를 느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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