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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점빵 뿅원장 Oct 31. 2023

올해의 이력서 한 줄 추가 완료.

  일 년에 한 줄씩 이력서에 추가하기 프로젝트로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교정세미나를 들으러 다녔다(지난번 글 '뒤늦은 후회 - 교정세미나를 들으며' 참고). 고작 한 달에 한 번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서울에서 멀리서 살고 있어서 토요일에 진료가 끝나면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야 했고, 정규 수업 다음 날은 실습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하루를 자고 다음 날 수업을 듣고 나서 내려왔었다. 


  남들은 '그거 돈 좀 내고 적당히 출석하면 되는 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초, 중, 고, 대학교까지 늘 개근했던 성실함의 대명사인 나는 당연히 모든 수업에 출석을 했고, 강의하시는 교수님이 마지막 수업시간에 제출하라는 증례까지 모두 준비해서 냈다. '이 나이에 뭘 그리 열심히 해...'라고 생각하면서도 당연히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었는지, 세미나가 끝나고 수료증을 받고 나니 끝까지 해냈다는 자부심이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수업에 출석하는 것이 당연하다지만, 출석부의 모든 날짜에 출석 동그라미가 쳐진 몇 안 되는 사람 중에 하나였고, 나름대로 신경 써서 마무리 지은 증례에 대한 교수님의 코멘트도 좋은 쪽이니 기분도 좋았다.


  지금부터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내가 배운 것을 실전에 잘 적용할 수 있을까? 환자들이 그만큼 나를 믿고 따라와 줄까' 하는 것이다. 교정 환자를 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막상 시작하면 신경을 엄청나게 많이 써서 잘 마무리할 수 있다 생각하지만, 조심스러운 성격상 얼마만큼 나 자신과 타협하면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대부분의 치료는 큰 틀에서는 같다지만, 새로 시작하는 것은 이전에 하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식의 치료이다. 그러다 보니 초반의 케이스들이 내가 원하는 만큼 수월하게 잘 끝난다면 이어지는 다른 케이스들도 좀 더 쉽게 접근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새롭게 공부한 것에 대해 좌절하고 고민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가 중간에 포기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잘하려고 더 공부한 것이고 막상 시작한 것이니 열심히 해야지. 한 번도 그렇게 물러서 본 적이 없으니 계속 나아가야지' 하면서도 점점 자신이 없고 쪼그라드는 걸 보면 이제 나이를 먹기는 먹는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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