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 정도면 충분히 양심치과인 것 같은데 말이죠.
<그림은 구글에서 검색해서 첨부했습니다. 문제가 있는 경우 알려주시면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사족 : 뭐라도 써보겠다는 다짐에 고민하다가 도무지 쓸 거리가 생각이 안 나서 작년에 쓰다가 말았던 글을 다시 꺼내어 마무리했습니다. 작심삼일이라니 삼일은 써봐야겠지요. 누군가에게는 마음에 안 드는 내용일 수 있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생각이니 혹시 불편하시면 뒤로 가기를 누르시는 걸 권유드립니다.>
비보험 치료가 많은 치과 진료는 비용문제 때문에 환자들이 치료 진행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도 치과 진료가 비싸다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하지만 의료보험에서 보장해 주지 않는 부분이고, 비보험 진료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만큼 이윤이 많이 남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환자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을 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은 슬프게도 돈도 잘 못 버는 편이다. 그래서 나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치료 방법과 예상되는 비용,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추가적인 치료로 인한 비용증가 가능성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하도록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건강보험으로 해결하되 비용 부담을 느끼는 경우 우선 급한 것 위주로 치료하도록 설명하는 편이다. 할인을 해줘서 치료를 하도록 유도하거나 하는 일은 없다. 그렇게 하게 되면 환자분들은 내가 뭔가 이윤을 많이 남기고 치료를 하는 듯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할인 요구를 하거나 수납을 안 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워낙 싼 가격에 치료하는 치과들이 많다. 하지만 그 비용에 진료를 하려면 정작 그들이 내세우는 양심적인 진료와 합리적인 가격은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된다. 경과를 지켜봐도 되는 치아를 치료한다던지, 안 해도 되는 치료를 한다던지, 불법 위임진료, 공장식으로 진료를 하던지, 하다못해 재료비나 기공료라도 줄이는 방향으로 치료를 해야 한다. 어떤 사람은 "임플란트 원가가 OO던데?"라는 말로 한 번씩 가슴에 불을 지르지만 그 논리대로라면 식당은 재료비만 받아야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은 연필 값만 받아야 하며, 커피숍은 원두값만 받아야 된다는 거다. 그럴 때마다 '임플란트 영업사원 연락처 알려 줄 테니까 하나 사서 집에 가서 직접 심으세요.'라는 소심한 마음속 외침이 일어난다. 실제로 페이닥터로 근무할 때, 어떤 환자분이 자기가 아는 사람이 임플란트 회사에 다닌다면서 임플란트를 받아오면 얼마에 심어주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었다.
우리 치과에도 그런 분들이 종종 내원한다. 저가에 치료를 하는 곳에 가서 비용을 알아보고 그곳에서는 '견적'이 얼마라고 했다며 우리 치과에서도 같은 가격에 치료를 해달라고 하거나, '여기는 왜 비싸냐'며 '바가지 씌우는 게 아니냐'라고 화를 내거나, 'XX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내가 보기에는 별 이상이 없는데 크라운을 씌워야 한대요'라며 오는 분들, 'ZZ치과에서 임플란트를 하는데 수술하는 날 말고는 의사얼굴을 한 번도 못 봤어'라는 분들 등이다. 하지만 막상 치료를 하려고 검진하고 '비용이 얼마입니다'라고 말하면 그곳으로 다시 가는 분들도 있다. 멀쩡한 치아를 하나 더 빼고 임플란트를 심어도 그게 더 싸다는 논리이다.
개원 초에 왔었던 어떤 분은 수술 당일에 노쇼를 하고는 연락을 끊었다가, 우리 치과에서는 비용이 많이 나와서 못한다며 다른 곳에 가셨다가 2~3년 정도 지나 내원해서는 'YY에 가서 임플란트를 다 심었는데 치과가 없어졌다. 그런데 밥도 못 먹고 보철물은 다 빠지고 난리도 아니다'라며 나에게 뭔가 해결을 해달라고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내가 뭘 할 수 있겠는가. 내가 치료한 것도 아니고, 어떤 임플란트인지도 모르고, 도무지 답이 안 보이는 치료 상태에 괜히 손을 댔다가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일 텐데... 그래서 못한다고 하거나 대학병원 쪽으로 안내를 하면 '돈이 안되니 진료를 안 보는 나쁜 놈' 취급을 하면서 화를 내고, 환자를 생각하는 '진짜 의사'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 기가 차는 소리를 하고 간다. (어차피 나쁜 놈 되는 거, 그럴 거면 돈이라도 될 때 좀 오지 그러셨어요... ㅠ.ㅠ)
환자들이 원하는 '진짜 의사'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자영업자이기에 돈을 벌어 뭔가 남아야 병원을 운영할 수 있다. 열심히 일해서 생활을 꾸려가는 금쪽같은 내 직원들에게 월급도 주어야 하고, 날짜 맞춰 기공물을 만들어 보내느라 고생한 기공소에 기공료도 늦지 않게 보내야 한다. 하루만 월세가 늦어지면 득달같이 전화를 하는 상가 주인에게 임대료도 보내야 하며, 다달이 나가야 하는 고정 경비만 해도 만만치 않기에 적절한 비용을 받아야 '진짜 의사'까지는 못되더라도 '그냥저냥 쓸만한 의사 새끼' 노릇이라도 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게 아니면 그냥 철저히 장사를 하는 자영업자가 돼야 한다. 그래서 적절한 치료 비용을 받는 것은 (환자에게도 중요하겠지만) 치과의사에게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오래전에는 현금 결제를 유도해서 탈세를 하기도 했었다지만 요즘에는 그런 것은 꿈도 꾸면 안 된다. 대부분 카드로 결제하기도 하지만, 현금으로 결제해도 현금영수증을 반드시 남긴다. 간혹 옛날에 다녔던 치과는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을 해줬었다던지, 비보험 진료를 받으면 보험진료 비용은 안 받았다는 환자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그렇게 하다 현금영수증 미발급으로 신고가 들어가면 받은 돈보다 토해내야 되는 돈이 더 많아질 수 있고, 보험 치료비용을 안 받는 것은 환자 유인행위에 속하기에 나 같은 새가슴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다. '받을 것 받고 할 만큼 하자'는 생각을 갖고 일하는 덕분에 오히려 남들보다 비싼 양심적이지 못한 치과가 되어버렸다.
살릴 치아는 최대한 살리고, 남들 잘 안 한다는 잇몸 치료도 깨끗하게 하고, 보험 치료로 가능한 것은 최대한 보험치료로 하고, 치료도 중요하지만 예방과 관리의 중요성을 계속 말하고, 충치가 진행되지 않아서 안 해도 될만한 치아는 경과를 지켜보면서 꼭 필요할 때 치료하자고 말하는 걸 생각해 보면 나 정도면 충분히 양심적인 치과인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양심은 싼 값에 많이 치료하는 것이다 보니 그 간격을 좁히는 것이 참 어렵다.
생각의 차이는 있겠지만 환자분들이 생각하는 양심이 그저 싼 값이라는 기준에 매이지 않으면 좋겠다. 꼭 필요한 치료를 적절히 잘할 수 있는 것이 어찌 보면 가장 양심적인 것이 아닐까. 그래서 요즘에는 잊지 않고 꾸준히 믿고 와주시는 오래된 환자분들이 고맙고 소중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