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쓰기가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ㅠ.ㅠ
<사진은 순천만 국가정원에서 본 맑은 하늘입니다. 제가 직접 찍었습니다. 하하>
열심히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후 3일간은 발행 예약까지 걸어두면서 열심히 썼지만, 그 뒤로 3일간은 브런치를 열어보지도 못했다. 작심삼일 때문이 아니라 연휴 동안 아이들과 여행을 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꼭 써야겠다는 다짐이 은근히 스트레스였는지 연휴가 끝나는 어젯밤에는 중학생 딸과 함께 학교에 다니는 꿈을 꿨다.
나는 마음이 힘든 시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는 꼭 꿈을 꾸는데, 주로 학창 시절로 돌아간 꿈을 꾼다. 어떤 때는 고등학교 때로, 어떤 때는 공과대학을 다닐 때로, 어떤 때는 치과대학을 다닐 때로 돌아가지만 꿈의 내용은 늘 비슷하다. 시험을 봐야 하는데 시험공부를 하나도 안 했거나, 내일 당장 시험인데 시험 봐야 하는 과목의 공부는 안 하고 다른 과목을 공부했다거나, 수능을 앞두고 있는데 일 년 내내 수학공부를 안 했거나 하는 식이다. 꿈속에서도 '이게 꿈이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미 대학 졸업도 했고, 직업도 있으니까 시험 망해도 괜찮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깨지만, 시험 꿈을 꾸고 나면 내가 스트레스 상황에 빠져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힘들어진다.
3일간의 연휴 동안 전라남도 지방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들과 함께 많이 웃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푹 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계속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행을 다니면서도 소재거리가 없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지만 딱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 '아이고... 오늘도 그냥 제꼈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글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이 스트레스가 될 줄은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어제 꿈에서 딸아이와 함께 중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의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빼놓지 않고 글을 써야겠다는 조급한 마음이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뭐가 그렇게 불만족스럽고 조급했을까... 뭔가 이루어 가는 게 없고 대충 사는 것만 같아 한심해 보이는 일상에서 그나마 뭔가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글쓰기인지라, 마음먹은지 단 3일 만에 그것조차 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스스로 실망스러웠던 게 아닌가 싶다. 순천의 맑은 하늘을 보면서, 바람 가득한 한옥에서 차를 마시면서 조금만 더 여유롭게 마음을 갖자고 생각했는데 가슴 한구석에 찜찜함이 계속 남아있었나 보다.
강박이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지만 이번만큼은 나와의 약속을 꼭 지켜보고 싶다. 글을 써서 좋기도 하지만 한 줄든 열 줄이든, 뭐라도 쓰려고 하다 보면 주변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고 그 작은 것들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크다. 다시 작심삼일이 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오늘도 몇 줄 썼으니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