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거의 10년 전에 우리 치과에서 임플란트 치료를 했던 환자가 내원했다. 치료가 끝나고 나서는 한 번도 오지 않았었고, 정기 검진 안내를 해도 나중에 간다고 하거나 연락을 받지 않던 분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오셨길래 혹시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었다. 내원 이유는 '2년 전 다른 치과에서 신경치료, 크라운 치료를 받았었는데 발치를 해야 한단다, 오른쪽 아래에도 빼야 되고 왼쪽 아래에도 빼야 된단다. 진짜 그렇나?'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단다. 참...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는다. 그냥 기운이 빠진다.
파노라마 엑스레이를 찍고, 입안을 확인했다. 이미 다른 치과에서 진단받은 대로 잇몸 뼈도 많이 상해있고, 치아도 많이 망가져서 발치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중 하나는 신경치료를 하고 크라운을 씌워볼 수도 있겠지만 보철물의 기대수명이 짧고 발치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환자에게 그대로 설명하고 더 궁금하신 것이 있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하나다.
"그래서 얼마죠?"
우리 치과의 임플란트 수가와 골이식 비용을 설명하고 나서, 생각해 보시고 내원하시라 말씀드렸다. 어차피 가격을 비교하고 싶어 오신 거니까, 내가 치료해야 한다고 해서 오실 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진을 하면서 예전에 내가 심은 임플란트 상태를 확인해 보았다. 9년을 넘어 10년이 다 되어가는 임플란트지만 크라운 상태도 멀쩡하고, 골 내에 식립 된 픽스쳐 상태도 좋아 보인다. 엑스레이에서 봐도 심었을 때의 뼈 높이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주변 치조골도 빵빵하게 있다. 그 옆에 있는 다른 치과에서 심은 임플란트는 크라운도 여기저기 깨져 있고 주변 잇몸뼈도 많이 녹아 있는 게 보인다. 흠. 씹는 힘은 내가 심은 임플란트가 제일 강하게 받고 있는데 아직도 잘 유지되고 있는 걸 보니 뿌듯하구먼... 소심하고 옹졸한 마음으로 슬쩍 환자분에게 이야기를 했다. 예전에 우리 치과에서 심은 임플란트는 아주 잘 유지되고 있다고. 옆에 있는 다른 임플란트는 한 번쯤은 점검받으러 가시는 게 좋겠다고.
환자분은 접수 데스크에 있는 우리 직원에게 '왜 이 치과는 할인을 안 해 주는 거냐, 다른 치과보다 조금 비싼 것 같다'며 나가셨다. 뭐... 할인이 당연한 것도 아니고, 과잉진료 없이 좋은 진료를 하려면 적절한 비용을 받아야 저도 병원을 유지하는 거니까요...라는 말을 속으로 삼킨다.
덤핑 치과가 넘쳐나는 시대이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가격을 내세워 환자를 유도하고, 막상 가보면 전혀 다른 가격과 과잉 진료로 무지막지한 치료를 하는 치과가 너무 많아졌다. 덕분에 멀쩡한 치과의사들도 함께 도둑놈이 되어 버렸다. 누군가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거라며 나를 한심하게 생각할 것이고, 누군가는 그래도 열심히, 좋은 진료를 하고 싶은 내 마음을 응원할 것이다. 늘 고민스러운 요즘이지만, 10년 가까이 되어도 잘 버티고 있는 나의 결과물을 보면서 나는 여전히 좋은 진료를 하고 싶은 마음을 지키고 싶다. 정 안되면 그만둬야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