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점빵 뿅원장 Sep 26. 2024

잘해왔고, 잘하고 있고, 잘할 거예요.

- 큰 아이의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중학교 1학년인 큰 아이는 생애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있다(1학기는 자유학기제란 제도 덕에 지필고사가 없었다). 그래서 아이는 요즘 시험 준비에 한창이다. 밤늦은 시간까지 학원에 있고, 학교, 학원에 다녀와서도 늦게까지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주말도 과목별로 학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학급 반장이기도 하고, 주변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는 칭찬만 들으면서 큰 아이인지라 나름대로 부담이 큰가 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걸 보면 기특하기도 하고, 저러다 아프지는 않을까 걱정스럽다. 


  뭐든 알아서 잘하는 아이이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시간이 필요하기에 느리겠지만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도록 맡겨 놓고 있다. 학창 시절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던 부모들이기도 하고, 각자가 꽤나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고,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도 많아서 아이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아이는 우리가 공부에 대해 말하는 것을 그렇게 신뢰(?) 하지 않는지라, 마음을 내려놓고 도움을 청할 때까지 기다리고만 있다.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고슴도치 부모인지, 내 새끼가 이왕이면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고 내심 기대도 된다.

  

  며칠 전 밤에 자려고 누워있던 큰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아직도 잠들 때는 엄마가 아닌 아빠를 찾는다. 큰 집도 아닌데 거실에서 자기 방까지 데려다 달라고 하고,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줘야 한다. 나 힘들다. ㅠ.ㅠ) 


딸 : "아빠" 

나 : "응?"
딸 : "나 혹시 시험 못 봐도 돼?" 

나 : "어. 괜찮아. 얼마든지 그럴 수 있어."

딸 : "시험 못 보면 어떻게 해?"

나 : "시험 한 번 못 본다고 니 인생 크게 변하지 않아. 

       시험 한 번 잘 본다고 니 인생 크게 변하지도 않고. 

       다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걸로는 니 인생이 크게 바뀌니까 끝까지 열심히 하면 좋겠어."

딸 :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마라탕 먹고 실컷 놀아도 돼?"

나 : "응, 맘껏 놀아. 카드 한도 늘여줄까? 하하"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고, 아이는 피곤한지 금세 잠들었다. 잠귀가 밝은 아이가 깰까 봐 살금살금 방에서 기어 나오면서 아이에게 해 준 말이 나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나고 나서 보면 그렇게 많은 시험을 보고, 걱정을 하고, 좌절했지만 삶의 방향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스트레스로 가득한 힘든 개원의 생활도, 매달 겪는 경비와 매출의 부담도 지나고 나서 보니 별 것 아니었다. 그걸로 내 인생이 엄청난 변화를 겪지도, 망하지도, 쓰러지지도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하고 나니 그렇게 나쁘지 않은 삶을 살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오늘은 집에 가서 딸에게 "시험 공부하느라 힘들지? 잘하고 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다 괜찮을 거야."라고 말하면서 나에게도 말해야겠다. "살아내느라 힘들지? 잘해왔고, 잘하고 있어. 계속 잘할 거야. 애쓴다, 뿅 원장."    



작가의 이전글 10년 전 심은 임플란트를 보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