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건 추억의 맛이었을까, 가난함에 주어진 사치였을까.
어렸을 때부터 했던 생각 중에, '나중에 돈 벌면 (사진에서 보이는) 아몬드 초콜릿을 쌓아놓고 먹을 거야'라는 꿈이 있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었는데 엊그제 문득 이 생각이 났다. 가끔 아이들과 편의점에 들러도 이 초콜릿은 가격이 생각보다 비싼지라 못 사고 있었는데, 무슨 마음이었는지 쿠팡을 앱을 열고 열두 개가 묶여 있는 것을 주문했다. 사실 단 것을 안 좋아하기도 하고, 요즘에는 건강 관리를 위해 체중조절도 하고 있어서 과자, 아이스크림류를 최대한 피하고 있지만 그냥 이건 사고 싶었던 것 같다.
다음 날 저녁 초콜릿이 가득 든 상자를 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이게 뭐라고 그렇게 못 샀던 것인지... 바로 포장지를 벗겨 한 입 가득 넣고 씹어먹어 본다. 고소하고 달달한 맛이 가득하지만 예전처럼 그렇게 맛있지는 않다. 예전에는 아까워서 초콜릿 부분만 녹여서 먹고, 아몬드는 따로 씹어 먹었던 것 같은데... 초콜릿 한 개, 한 개가 줄어드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쌓아놓고 먹으려니 그다지 즐겁거나 맛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비싼 초콜릿의 대명사였던 페레로 로쉐도 그랬다. '언젠가는 광고에 나오는 것처럼 종 탑 모양으로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먹어야지' 했었는데, 지금은 먹어봐도 그냥 달기만 하고 별 맛이 없다. 점점 늙는 것인지, 가난했던 시절을 추억하는 맛으로 먹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부터 좀 덜 아끼고 먹고 싶은 것을 사 먹었었으면... 하는 아쉬움에 입맛이 떫다. 김창옥 선생님의 강의처럼 무언가를 이루었다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 나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더 많았더라면 지금의 나는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자신을 좀 더 소중히 여기면서 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