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글쓰기.

by 점빵 뿅원장

최근에 읽었던 어떤 책의 작가님은 매일 글을 쓰면서 생각했단다. 하루에 쓰레기 하나를 만들어 낸다는 기분으로 글을 쓴다고, 그렇게라도 생각해야 뭐라도 쓸 것 같았단다. 글쓰기를 늘 갈망하던 나는 반성하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브런치 '작가의 서랍'에 쌓야만 가는 글들(열어보니 꽤 많다). 써놓고, 읽고, 고치다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버리는 글들. 몇 줄 쓰다가 바빠져서 저장만 해두고, 나중에 다시 쓰려니 그때 무슨 이야기를 쓰려했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버린 글들. 결국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제는 브런치를 열어보기도 뭔가 두려워지는 요즘이다.


한동안 글을 쓰는 게 힘들었다. 병원이 바빠서 그런 거라면 다행이겠지만,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집안에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고, 몸은 아프고, 마음은 초조하고 바빴다. 덕분에 피로가 누적되고, 원인도 모르는 알레르기인지 두드러기인지가 얼굴에 올라와서 달마티안 같은 얼굴이 된 지 한 달이 넘어간다. 피부과에 가봐도 스테로이드 약과 연고, 주사를 맞다 보니 약을 쓰는 동안은 일시적으로 줄어들지만, 며칠이 지나고 나면 다시 가려움과 붓기가 올라온다. 약을 오래 먹다 보니 속은 화끈거리고, 아프고, 소화도 안되어 식욕도 점점 없어지니 얼굴에 살이 쪽 빠지고 안 그래도 못생긴 얼굴이 더 엉망이 되어간다. (젠장. 폭삭 늙었다.)


의지가 없어지고, 생각을 하기 싫고, 계속 눕고만 싶으니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글쓰기 우선순위를 점점 더 뒤로 미루고 있다. 심지어 어떤 날은 매일 쓰던 키보드가 마음에 안 들어서, 글을 쓰려는 노트북이 집에 없어서라는 핑계도 댄다. 집에 훌륭한 데스크톱이 있는데도 말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도 쓰레기라도 하나 뱉어내는 기분으로 글을 써봐야겠다. 써놓고 계속 다시 읽어보면서 좌절하거나 슬퍼하다 지우지 말고 그냥 뭐라도 쏟아내야겠다. 맞춤법과 띄어쓰기는 브런치가 고쳐줄 것이고, 모자란 내용은 '어차피 모자란 내가 뭘 그리 채울 수 있겠냐'라는 마음으로 비워두고, 혹시라도 논란이 될 수 있는 내용들은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그래서 점점 비어 가는 마음속 담벼락에 대고 소리라도 지르고, 욕이라도 하는 마음으로 채워봐야겠다.



(.... 글을 안 쓰는 기간에도 구독 끊지 않은 친구님들, 구독 추가해 주신 새 친구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작심삼일이 될지라도 열심히 써볼게요... ㅠㅠ)

keyword
작가의 이전글SNS 알고리즘이 없어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