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 나를 지탱하는 리듬

by 작은 발자국

사람마다 마음속에 품은 숫자가 하나쯤은 있다.

누군가는 행운의 숫자라 부르고, 누군가는 단순히 좋아서 곁에 두기도 한다.

나에게는 그 숫자가 ‘3’이었다.


언젠가부터 3은 늘 내 곁에 있었다.

휴대폰 번호의 끝자리는 33으로 끝났고, 비밀번호에는 늘 33이 붙어 다녔다. 잠금화면 해제 역시 3333. 자리도 너무 앞도 뒤도 아닌 세 번째가 편했고, 약도 최소 3일은 먹어야 효과가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나도 모르게 3에서 안정감을 찾고 있었던 셈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우리의 일상은 숫자 3으로 가득 차 있다.

새해마다 다짐하는 작심삼일(作心三日),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있다는 말, “세 번만 해보자”라는 다짐, 글을 쓸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서론·본론·결론의 구조. 상은 1·2·3등으로 나뉘고, 가위바위보는 삼세판으로 결정된다. 하루는 아침·점심·저녁으로 흘러가고, 인생은 과거·현재·미래라는 흐름 속에서 완성된다.

마치 세 번의 호흡을 맞춰야 비로소 리듬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의 삶에는 3이 숨어 있었다.


작심삼일, 끝이 아닌 시작


하지만 숫자 3이 언제나 긍정적인 얼굴만 가진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작심삼일. 다짐은 했지만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 곧 의지박약을 꼬집는 말이다.

나 역시 수없이 많은 결심이 3일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진 경험이 많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삼일’을 버티는 것 자체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첫째 날의 열정, 둘째 날의 흔들림, 셋째 날의 고비를 견뎌야 비로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작심삼일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위한 최소 단위일지도 모른다.


동양에서의 숫자 3


우리나라에서 숫자 3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속담처럼, 인생의 기초와 습관이 3이라는 숫자에 얽혀 있다.

삼세번이라는 말은 한두 번의 시도로는 부족하고, 세 번쯤은 해야 진심과 정성이 드러난다는 뜻을 가진다.

제사를 지낼 때도 술잔을 세 번 올리고 절을 세 번 하는 삼헌례(三獻禮)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는 하늘·땅·사람, 곧 삼재(三才)의 조화를 상징한다.


숫자 3은 중국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발음이 싼(三, san)인데, 이는 ‘생(生, sheng, 살아나다, 태어나다)’과 비슷해 길하고 좋은 의미로 여겨진다.

하늘·땅·사람의 조화를 뜻하는 수,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는 균형의 수.

‘좋은 일은 세 번 이루어져야 완전하다’는 호사성삼(好事成三)이라는 고사성어도 있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생일 케이크를 불 때 반드시 세 가지 소원을 빈다고 한다.

반대로 4는 ‘죽음(死, si)’과 발음이 비슷해 꺼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인들에게 3은 행운과 번영의 상징이며, 삶을 풍성하게 하는 숫자인 셈이다.


이처럼 동서양을 막론하고 숫자 3은 완성, 균형, 성숙을 뜻하며,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힘을 지닌다.




내 삶의 세 번째 기회


돌아보면 나는 언제나 숫자 3이 주는 안정감과 균형을 좋아했다.

여러 번의 좌절을 겪었지만, 늘 한 번의 기회가 더 남아 있다고 믿으며 살아왔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 3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인생은 세 번의 호흡으로 완성된다.

두 번의 좌절 끝에도, 세 번째 기회가 남아 있음을 기억하라.”


지금도 나는 세 번째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바로 나에게 주어진 세 번째 기회인지도 모른다.

숫자 3이 선사하는 균형 속에서, 내 삶도 조금씩 단단한 토대를 갖추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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