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먹거리 전쟁 2편
아들은 일주일에 서너 번은 꼭 닭으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닭볶음탕, 닭갈비, 찜닭, 치킨… 종류만 바뀔 뿐 늘 닭이다.
몇 년을 그렇게 이어오다 보니, 이제는 나에게 치킨이 지겹게 느껴질 지경이다.
처음에는 가족이 함께 먹었지만, 언젠가부터 아들이 치킨을 찾으면 그냥 혼자 먹게 두었다.
마트에서 파는 간편식, 냉동치킨, 배달앱 속 수많은 메뉴를 번갈아가며 즐긴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매번 의견을 묻고, 고르고, 또 바꾸는 일들이 이어지면서 작은 말싸움으로 번진다는 것이다. 감정 소모가 크다 보니 이제는 포기하듯, 먹고 싶은 대로 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해되지 않고 답답한 순간은 있다.
아들은 배달앱이나 집에서 먹을 메뉴를 정할 때마다 내게 묻는다.
“엄마, 큰일 났어. 그 녀석이 또 왔어~”
“네가 먹고 싶은 걸 고르는데 무슨 녀석이야. 아무거나 먹어.”
하지만 이내 선택지를 내밀며 묻는다.
“1번이 좋아, 2번이 좋아?”
내가 “2번”이라 답하면,
“오~ 현명한 선택이야.”
때로는 “엄마, A랑 B 중 뭐가 나아?” 하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내가 대충 하나를 고르면 곧바로 “오케이, 오늘은 이걸로!” 하며 스스로 결정을 내린다.
그 과정이 늘 즐겁기만 한 건 아니다.
아들이 혼자 치킨을 시켜 먹는 일이 잦아지면 남편은 어김없이 한마디 한다.
“또 치킨이야?”
나도 답답하기는 하지만, 남편의 반응은 더 단호하다.
그래서 아들은 항상 내게 부탁한다.
“엄마, 아빠 잔소리는 엄마가 좀 막아줘.”
나는 애써 “그래”라고 답하지만, 막상 남편이 들어오면 “얘가 또 이러저러해서 치킨을 먹었다” 하며 아들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그러면 남편과 나는 함께 혀를 차며 말한다.
“참 별나다, 저 녀석.”
“먹는 걸로 왜 이렇게 힘들게 하냐.”
사춘기의 전쟁터는 우리 집에서는 밥상 위다.
처음엔 싸움도 많았다.
이제는 마음을 내려놓고 원하는 대로 해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도가 지나치다 싶을 때는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들은 그럴 때마다 나를 보며 말한다.
“엄마가 화내면 내가 못 먹잖아.”
입을 내미는 아들을 보며 나는 괜찮다고 말하지만, 이미 말투와 표정은 구겨져 있다.
억지로 눌러도 티가 난다.
이 치킨 먹방은 언제쯤 끝날까.
사춘기의 갈팡질팡이 지나가면, 언젠가 아들의 식탁 위에도 치킨 말고 다른 이야기가 올라올 날이 올까.
혹은, 나도 모르게 화내던 마음이 조금은 녹아 사라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