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는 먹방이다

- 먹거리 전쟁 1편

by 작은 발자국

아들은 늘 먹는 것에 민감하다.

밥 먹기 전 첫마디는 항상 같다.

“오늘 뭐 먹어?”


나도 장난 삼아 아들의 말투를 따라 한다.

“몰라~”


그러면 아들은 냉장고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냉장실과 냉동실을 동시에 열어놓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눈으로 스캔한다.

그 모습이 답답해 “빨리 문 닫아!”라고 소리치면, 아들은 곧바로 퉁명스럽게 받아친다.

“뭐가 있는지 봐야 먹을 거 아냐.”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곧바로 “시켜 먹을까”라며 혼잣말을 한다.

내가 “돈 많은가 봐?” 하고 빈정거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대꾸한다.

“그럼 엄마가 조금만 보내줘. 나머진 내가 낼게.”




용돈은 많지 않지만, 어른들에게 우연히 받은 ‘불로소득’은 누구에게도 내놓지 않는다.

어릴 땐 내가 대신 받아 저금해 줬지만 이제는 절대 통하지 않는다. 크면서 돈의 맛을 알아버린 것이다.

그래서 집에 마음에 드는 음식이 없을 땐 주저 없이 배달앱을 켠다.

가족은 상관없다.

혼자 시켜서 혼자 먹는다. 주로 치킨이다.


그럴 때면 밥상 풍경이 묘하다.

한쪽에선 집밥, 아들은 치킨을 놓고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간혹 “이거 먹어?”라며 권할 때도 있지만, 그건 양이 많아 자기가 다 못 먹을 것 같을 때뿐이다.

예전엔 치킨을 먹다가 남긴 조그만 뼈 붙은 한 조각을 건네며 “이거 먹어”라던 아들의 모습에 남편과 내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으며 어이없어했던 적도 있다.

그만큼 먹을 것 앞에선 배려가 사라진다.




외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디로 갈지 물어보면 늘 “몰라~”로 시작한다.

우리가 후보를 던져주고, 아들이 고개를 끄덕이면 그제야 최종 확정된다.

혹시라도 우리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그곳에서 냉정한 평가가 이어진다.


“여긴 다음에 오지 말자. 별로야.”

“많이 못 먹었어.”


하지만 마음에 드는 곳에 가면 금세 달라진다.

얼마 전 초밥 뷔페에 갔을 땐, 초밥을 즐기지 않던 아들이 시도 삼아 먹더니 금세 싱글벙글해졌다.

말수도 많아졌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양하고 충분히 있다는 사실이 아들의 기분을 끌어올린 것이다.

사춘기 아들의 기분은 이렇게 음식 하나에 좌지우지된다.


집에서는 편식을 하면서도 좋아하는 음식 앞에서는 밥을 무섭게 먹는다.

그런데 친척이나 지인들과 식사 자리에선 정반대다.


거기선 많이 못 먹는데…”


늘 이렇게 말하며 실제로는 평소보다 훨씬 적게 먹는다.

내가 “더 시켜줄까?”라고 물어보면, 단호하게 거절한다.


“아니, 꼭 내가 너무 많이 먹는 애처럼 보이잖아.”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데도, 아들은 사춘기 특유의 시선 의식을 한껏 발휘한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결국 말한다.


“아까 많이 못 먹었어. 뭐 좀 먹을 거 없어?”




사춘기는 먹방이다.

자기 입맛대로 세상을 움직이고 싶어 하고, 결국은 돌아와 배고프다 말하는 시절.

결국, 사춘기는 밥 한 끼에도 마음이 요동치는 시절이다.


그리고 우리 집 밥상에서 가장 뜨거운 전쟁은, 늘 같은 메뉴에서 시작된다.
바로 치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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