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릿속이 복잡하다.
해결해야 하지만,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이런 때일수록 나는 생각을 단순하게 만들려고 애쓴다.
여러 방안을 떠올려 보지만, 모든 조건을 고려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 결국 중요한 한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 생각들은 의식적으로 밀어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정신은 지친다.
정신적 노동이 과해지니, 육체적인 노동은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집안 청소도 최소한으로만 했다.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해야 할 만큼만.
더러운 곳이 보이는데도 애써 외면하며 지나치곤 했다.
하지만 이제는 무언가를 정리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12월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고, 곧 새해가 온다.
올해가 조금 더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를 둘러싼 책임과 도리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지길 바라는 마음 때문일 것이다.
이 달이 지나고, 이 해가 지나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을까 하는 기대도 함께 품어본다.
예전에 들은 말이 문득 떠올랐다.
일이 막힐 때 집안 청소를 하면 정체된 기운이 순환된다는 이야기였다.
특히 물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했다.
주방 싱크대, 화장실 배수구, 세탁 배수구처럼 물이 드나드는 곳을 깨끗이 해야 기운도 함께 흐른다고.
그 말을 떠올리며 청소를 한 적이 있다.
묵은 때를 벗겨내고, 막힌 곳을 뚫어 물이 시원하게 흐르도록 만들다 보면,
내 마음속 답답함도 함께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청소란 어쩌면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미뤄두었던 욕실 청소를 했다.
줄눈 사이에 낀 때와 분홍 곰팡이, 수전에 가득 남은 물때의 흔적들, 욕실 부스를 희뿌옇게 덮은 자국까지.
세제를 뿌리고 고무장갑을 낀 손으로 청소도구를 쥐고 구석구석을 박박 문질렀다.
그렇게 묵은 때가 씻겨 내려가고 나서야 반짝이는 수전과 하얀 변기, 샤워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왜 이제야 우리를 보느냐고 조용히 항의하는 것만 같았다.
욕실이 환해지자 마음도 함께 가벼워졌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생각의 통로가 조금은 뚫린 느낌이다.
어쩌면 나는 집을 닦은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조금 덜 방치해 준 것인지도 모르겠다.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나는 자꾸 생각으로만 해결하려 든다.
하지만 오늘은 몸을 먼저 움직였다.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지금의 나는, 다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오늘은 그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