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술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금세 빨개지기 때문이다.
체질이라는 건 참 냉정하다.
반대로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렇다고 많이 마시는 편은 아니다
가끔, 정말 가끔. 덥거나 입맛이 없는 날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면 캔 하나를 따는 정도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남편과는 함께할 수 없다.
치킨이나 고기를 먹을 때
“이럴 땐 맥주 한 잔이면 딱인데”
라고 말하면, 남편은 늘 고개를 갸웃한다.
자기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단다.
그 말이 이해되지 않는 쪽은 늘 나다.
부부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이며 웃는 모습을 보면 가끔 부러웠다.
우리 집에서 술자리는 늘 나 혼자였다.
밥을 먹다 말고 반주 삼아 맥주 한 잔을 하는 것도, 혼술이었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딸이 초등학생이었을 때부터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른 되면 너랑 같이 한잔하고 싶다.”
딸은 늘 장단을 맞춰줬다.
“엄마, 조금만 기다려.”
그 말에 나는 혼자서 기대를 키웠다. 아주 오래.
그리고 수능이 끝났다. 2026년 1월 1일.
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아이들 사이에 그런 문화가 있는 줄은 그때 처음 알았다.
자정이 지나자마자 술집에 들어갈 수 있다며, 또래 친구들과 술집 앞에서 기다린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조금 놀랐다.
아니, 많이 놀랐다.
몇 년간의 고된 수험생활을 마쳤으니 보상처럼 술 한 잔이 궁금해지는 것도 이해는 됐다.
그래도 그날 밤, 딸이 처음 술을 마시고 들어오던 날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괜히 걱정이 되어 문 여는 소리, 발소리 하나에도 눈이 번쩍 떴다.
아무 일 없다는 얼굴로 들어오는 딸을 보고서야 안도했고, 그제야 잠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드디어 술잔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거 마셔볼래?”
내가 가끔 마시는 맥주를 종류별로 사다 놓고, 나 한 잔, 딸도 한 잔.
물론 딱 거기까지였다.
엄마로서의 선은 아직 지키고 싶었으니까.
딸은 이미 나보다 경험자였다.
친구들과 소주도 마셔보고, 막걸리도 마셔보고, 맥주도 마셔봤다며 자신이 경험한 술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맥주밖에 모르는 나로서는 생소한 이야기들이다.
그래도 딸은 꼭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인다.
“다음엔 엄마랑 같이 마셔보고 싶어.”
오늘 저녁상에서도 그랬다.
“이거 새로 나온 거라던데, 궁금해서 사와 봤어.”
밥을 먹으며 아주 자연스럽게 술잔을 내민다.
“마셔봐~”
그 옆에서 남편은 투덜거린다.
“왜 자꾸 애한테 술을 권해?”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제 술친구가 생겼는데, 얼마나 반가운지.
남편은 모를 것이다.
아들도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며, 남편만 빼고 우리 셋이서 술 마시러 갈 계획을 이미 세워두고 있다는 걸.
오늘도 나는 연습 삼아 말해본다.
“아들, 한 번 마셔볼래?”
아직은 고개를 젓지만,
기다리는 데에는 이미 익숙해졌다.
술 못 마시는 남편 덕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