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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Feb 14. 2023

야구만을 하지는 않았나?

김서현만의 문제가 아니다.

추신수의 안우진 옹호발언 여파가 사그라들기도 전에 이번에는 한화 이글스의 김서현(18)의 SNS뒷담화 논란이 불거졌다. 김서현의 비공개 SNS계정의 글에는 코치와 팬들을 향한 욕설이 담겨 있었고 김서현은 이를 인정해 팀에서 자체 징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추신수(40)와 김서현(18)은 리그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어리다. 이는 세대를 불문하고 한국야구에선 성적을 위한 공부만, 혹은 '성공'한 사람이 되기 위한 야구만을 강요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걸 알려주는 듯하다.


김서현은 2023년 전체 1번으로 한화 이글스에 입단한 2022년 최고의 고교 유망주다. 최고 159km까지 나오는 스피드와 신인 답지 않은 패기로 한화 이글스를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하기를 이 기대케 만드는 선수였다. 그러나 상술한 SNS뒷담화 논란으로 인해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다.


프로선수는 공인이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신인선수로서 부담스러울 수는 있다. 이러한 부담감을 견디기 위해 비공개 계정을 만들어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는 것까지는 문제 될 게 없다. 그렇지만 프로선수로서 가져야 할 윤리의식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팬, 코칭스태프들에 대한 뒷담화는 용납할 수 없는 부분이다. 프로선수로의 존재이유인 팬을, 좋은 선수가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코칭스태프를 뒤에서 이야기하는 모습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신인이 그렇다는 것에 놀랐고 제대로 된 교육이 안 됐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이건 김서현만의 문제가 아니다. 김서현이 저지른 행동은 잘못이 맞지만 이걸 김서현이라는 선수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야구계는 조금 더 깊이 들어갈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는 학생 야구선수들이 학업과 야구를 병행할 수 있는 제도가 운영되는 중이다. 그런데 이 학업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 제도의 목적은 야구선수들이 부상 등의 이유로 야구를 그만두고 학업의 길로 나설 때 벌어지는 일반 학생들과의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일정 성적이 안 나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거나 원하는 학교로 진학하지 못한다. 얼핏 보면 정말 좋은 제도처럼 보인다.


학생 선수들에게 있어 공부는 당연히 도움이 된다. 그런데 뭔가 빠졌다. 시험만을 위한 공부, 흔히 말하는 주입식 교육의 문제는 야구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니 백보 양보해서 괜찮다. 중요한 건 공동체의 구성원이 되는 교육이다. 야구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들에게도 필요한 교육 시스템이지만 이를 다루는 학교가 많지 않다. 시험만을 바라보는 공부를 하니까 그렇다. 야구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이런 공부가 과연 중요한지 묻고 싶다. 제도의 목적은 괜찮다. 야구를 그만두고서도 선수들이 각자의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프로에 지명된 선수들은 어떡하는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선수들은 올바른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채 프로에 입단해 이렇게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동체 의식을 가지지 못하고 따로 노는 선수들이 많이 보인다.


이것은 야구협회에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다면 야구부에서 가르쳐야 한다. 당연스럽게도 야구는 함께하는 팀 스포츠며 한 명 한 명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팀의 에이스일수록 감독과 코치가 쩔쩔 멘다. 여기에 더해 감독, 코치부터 인성이 안 된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바뀌었지만 야구 체계는 바뀌지 않는다.


프로야구 스프링캠프에서도 일회성이 아닌 정기적으로 교육이 필요하다. 캠프에서 피칭하고 뛰는 것만이 아닌 이런 교육도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 프로선수가 갖추어야 할 덕목을 계속해서 강조하며 선수 본인이 스스로 느낄 수 있게 해야 한다. 교육으로 다 될 수 없는 건 알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역시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건이 터졌지만 협회는 아무 말이 없다. 협회에서 이런 일이 왜 발생하는지 토론해 볼 필요가 있다. 야구 원로 박용진 감독은 협회에 관해 "정기적으로 인문학 강의를 개설하고 세미나를 열어야 한다. 개선책을 위해 머리를 맞대어한다."라고 말했다. 선수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김서현의 논란은 빙산의 일각이다. 앞으로 더 많은 사건사고가 터져 나올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지금에라도 야구선수들에 대한 교육체제를 손 볼 필요가 있다.


야구만 한 건 아닐까? 야구만을 해왔기에 올바른 가치관이 확립되지 않았고 혹은 공부를 통한 경쟁만을 해왔기에 MZ라는 단어가 기분 나쁜 의미가 되지는 않았을까? 야구 역시 경쟁체제다. 결국은 다 이어져 있다. 야구선수로 지명된 이들은 경쟁을 이겨내 올라온 사람들이고, 취업 혹은 대학에 붙은 사람 역시 경쟁에서 이긴 사람들이다. 이들 중 몇 명의 보상심리가 작용해 본인의 개성으로 치부하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TEAM에는 'I'가 없다. 즉 나, 'I'가 없다. 야구계에 파장을 일으킨 김서현의 행동은 본인만을 위한 행동에서 비롯되어 수많은 이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런 교육에 관해 무관심했던 야구계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들이 좋은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 지원을 해야 하고 팬이 우선시 되는 프로야구가 되기 위해 선수들에게 교육을 시켜야 한다. 팀이라는 의식을 갖게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 그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줘야 한다.


남 앞에 나서는 일, 남들보다 한 발짝 높이 서는 일은 외롭고 번거로운 일이다.

전상국- 우상의 눈물 중에서


사람은 혼자 크지 않는다.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게 도움을 주어야 하고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김서현의 논란을 마지막으로 해 더 이상 선수들의 미숙한 행동이 보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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