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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Feb 26. 2023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

세상을 바꾸어 나가기 위한 노력

2022년 6월, 같은 지역에 있는 학교의 동아리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한데 모아 기후정의를 실현해 나가자며 연대를 제안했다. 당시 부회장을 맡고 있었던 나는 회장을 맡고 있던 선배와 함께 기후정의 연대에 들어가 다른 대안학교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때까진 코로나의 여파가 좀 있었던 시기라 연대 사람들과의 회의는 비대면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지만, 나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어 들떴던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해 좀 놀랐다. 선생님들의 도움 없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연대를 조직해 세상과 맞서 나가려는 노력이 굉장히 멋졌다. 나도 이 연대에 속해 함께 행동하고 있구나라는 소속감이 들기도 했다. 연대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옆 학교 형의 가치관은 참 멋졌다. 세상이 우리를 미친 사람처럼 봐도 미친 세상에선 안 미친 사람이 미쳐 보인다며 함께 세상을 바꿔나가자는 그 형의 말은 나를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내가 다니는 학교, 옆 학교만이 속해 있던 연대는 어느덧 전국구에서 모여들어 꽤 많은 학교들이 연대해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가 탄생했다.


수많은 회의를 거쳐가며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의 사람들이 2022년 여름, 워크숍을 통해 모이게 되었다. 나는 워크숍 준비팀에 지원해 레크레이션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으며 사람들이 즐기는 모습에 괜히 뿌듯했다. 워크숍은 내가 준비한 레크레이션을 포함해 강연 듣기, 소모임 토론, 토론 발표 순서로 진행되었는데 이상하게도 소모임 토론 순서가 기억이 잘 난다. 나는 이때 같이 갔던 회장 선배와 떨어진 조를 배정받았는데(조 배정은 내가 했다), 한 팀당 다섯 명 정도로 꾸려진 조에서는 기후위기의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 등등의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때 나는 같은 대안학교 학생들에게서만 느껴지는 그 무엇인가가 뭔지 깨달았다.


그것은 공동체 정신이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간다는 공통점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들은 함께 살아가는 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말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사람을 기다려주고, 다른 사람의 말을 경청하면서 서로 기분이 나쁘지 않게 배려한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만큼 간과하기 쉬운 일인데 모두가 그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어 주었다. 동시에 모두가 혼자 살아가는 사회를 강하게 부정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같은 의견일 수 없지만 대안학교 학생들은 이러한 생각을 같은 대안학교 사람이 아니면 밝히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부정당하고 무시당하기 일쑤인데 대안학교 학생들과 한자리에 모인다면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며 각자 이야기하는 내용은 달라도 마지막은 항상 같았다. "자본주의 경쟁체제에서 비롯된 기후위기." 공동체 정신으로 서로 넘나들게 된 대안학교 학생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금 확인했다.


나는 속한 조의 조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고 회의 내용을 발표했다. 진행이라는 역할 특성상 배경지식이 중요하다 느꼈는데, 마침 읽었던 책들의 내용이 모두 이와 연관되어 있어서 사람들의 말을 이해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토론 전에 진행한 레크레이션에서의 즐거움 덕분이었는지는 몰라도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때 같이 갔던 회장 선배와의 대화가 아직 생각난다. 말 그대로 배웠다는 말이 어울리는 그런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우리 학교에서 배운 것, 다시 말해 지력을 실천하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 알고 있던 것을 새롭게 발견했다. 대안학교라는 같은 테두리 안에서 새로운 걸 느끼고 발견해 배움이 이뤄졌다고 말하며 버스 타고 오는 2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이때의 영향 덕분일까. 나는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가 체계를 잡아가는 데 중심이 되어 활동해 나가기 시작해 지금까지 1년이 채 안 되게 활동하고 있다. 창립 멤버라는 자부심도 있지만 세상을 바꿔나가기 위해 사람들과 뭉쳐 행동해 나간다는 자부심이, 상술했던 형의 말이 나를 움직이게 해 줬다. 그래서일까. 작년 있었던 9.24 기후정의 행진에서 나는 연대의 주축이 되어 행진에 나섰다. 행진 전 만나는 자리에서는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라고 부르되 단체명을 <99도>로 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다. 물이 100도가 되면 끓듯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도 1도만 오르면 끓을 수 있고, 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었다. 많은 단체명 후보가 나왔지만 <99도>라는 글자가 적힌 연대의 깃발이 흩날렸다.


9.24 기후정의 행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9.24 행진에 관해서는 알고 있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때 시청역에 모인 수만 명의 사람들이 한 목소리로 기후정의를 외치는 것을 보고 기후위기는 개인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무엇인지 사유하게 되었다. 이 행진을 시작으로 <대안학교청소년기후정의연대>에 대한 대안학교들의 관심이 커졌던 것으로 보이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만큼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의 방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대안학교 학생들을 모아 연대를 만들어 사회 시스템에 균열을 만드는 게 <99도>의 목표가 되었다.


행진이 끝나고 꽤 오래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들 많이 애써주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가끔씩 모임에는 나갔지만 행동을 기획하지 않으며 시간을 보냈고 올해 1월, 겨울 워크숍을 진행했다. 난 이번에도 워크숍 진행팀에 들어가 워크숍이 잘 진행될 수 있게 노력했다. 이번 워크숍은 행진의 영향으로 많은 학교의 많은 인원이 참여했고 워크숍의 일정도 1박 2일이 되었다. 나는 정말 놀랐다. 선생님, 하다 못해 어른들의 도움 없이 학생들이 연대를 꾸려나가 워크숍을 진행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는 이러한 것들을 보면 대안학교라서 가능한 게 아닌가 싶었다. 공교육이 더 못한다는 말이 아니라 주도적인 성향을 가져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안학교의 교육방식이 한몫하지 않았나라는 것이다. 모두가 하나 되어 워크숍을 지내며 우리는 대안학교 학생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워크숍은 즐거웠고 얻어가는 게 정말 많았다. 이번에도 강연을 듣고 회의를 하는 방식이 이어졌는데 이런 과정이 단순해 보일지 몰라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정말 큰 경험이다. 새로운 환경이 마련됨에 따라 시간이 늦춰지며 느릿해진 시간 사이로 새로운 경험과 지식, 보다 넓어진 시야가 잊히지 않을 흔적을 마음에 아로새기며 서서히 내게로 스며들었다. 말 그대로 배웠다는 것은 이걸 뜻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개인적으로는 어리둥절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대안학교의 판이 좁은 건지는 모르겠는데 몇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람들이었다. 심지어는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오더니 "민찬 님, 학생회장되셨다면서요? 축하해요."라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대안학교를 둘러싼 환경은 정겹다. 서로 보듬어주고 함께 지내기 위해 노력한다. 나는 <99도>라는 연대 안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함께 나아가는 경험이 나에게 스며들어 훗날 어떤 영향을 줄지 문득 궁금해진다.


1년도 되지 않았지만 나는 이곳에 완전히 스며들었다. 내가 다니는 학교뿐만이 아닌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도 친해지며 서로의 문화, 환경을 이해하는 게 참 좋다. 저마다 다른 개인을 안고 가는 게 단체라고 생각하는데, 각자 다른 우리들이 대안학교라는 공통점으로 엮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앞으로도 우리는 함께 행동해 나가며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글에서 밝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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