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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Mar 01. 2023

마지막을 앞두고

개학 하루 전, 마지막 1년을 앞두다.

개학이다. 그런데 이제는 개학이라는 단어가 생소해질 것 같다. 나에겐 이번 개학을 포함해 두 번의 개학밖에 남지 않았다. 내가 다니는 대안학교는 중고등통합 5년제 대안학교다. 따라서 이제 고2가 되는 나는 올해를 끝으로 졸업을 하게 된다. 늘 다가오던 개학이었지만 '개학'이라는 말이 낯설기만 하다. 1년이 지나면 나에게 이 단어는 의미가 없어질지도 모른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학교를 열심히 다니며 대안학교에 온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것뿐이다.


대안학교로의 선택은 내가 살면서 한 수많은 선택 중 가장 값진 것이었다. 공교육과 대안교육 중 어느 길을 갈까 고민하던 14살의 나는 1월에 지금 내가 다니는 학교 '배움터길'의 선생님들을 만나 뵙게 되었다. 길게 쓰면 늘어질 것 같아 말을 아끼겠지만, 그때 선생님들께서 해주신 "넌 이 학교에 있어야 해"라는 말씀이 뇌리에 깊게 박혔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선생님들과 마주한 채 배움터길에 입학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그게 벌써 5년이 되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마지막 한 해를 보내는 동시에 학생들을 대표하는 사람이 되었다. 시간이 빠르다는 표현은 진부한 것 같지만, 정말로 시간이 너무나도 빠르다. 딱 1년, 1년만 남았다고 하니 감정들이 뒤얽혀 복잡 미묘한 상태가 됐다.


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하기 전 낯섦과 설렘 사이의 감정을 계속해서 느낄 수 있을 줄 알았다.  늘 그랬듯이 새로운 학기가 시작될 줄 알았다. 그러나 나에게 개학은 거저 주어지는 게 아니었다. 학생의 신분으로 배울 수 있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졸업할 때가 됐다.'라고 느낀다. 아직 1년이 남았음에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선배들이 졸업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얼마 남지 않은 걸 알았으니 마음가짐이 가장 먼저 바뀐다. 작년 선배들의 모토가 "아낌없이, 후회 없이"였는데 지금에 이르러서야 의미를 깨달았다. 이번 글은 달라진 마음가짐, 그리고 마지막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써보도록 하겠다.


시작과 끝. 설렘과 낯섦. 단어들이 참 묘하다. 시작이 주는 설렘과 끝이 주는 낯섦은 방학을 마치고 일상으로 되돌아갈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개학은 설레지만 방학이 끝나 생활 패턴을 바꿔야 하는 익숙하지만 낯선 상황을 이 시기마다 마주한다. 참으로 묘한 감정이다. 나는 이번 방학을 조금 다르게 보내고 싶었다. 마지막을 앞두고 후회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하고 싶었다. 그저 졸업할 나이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졸업하기 싫었다. 이 학교에서의 배움을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행해서 졸업하는 그 순간에 나에게 "잘 살았다"라고 말하는 게 이번 겨울방학에 든 생각이었다. 마지막 학년이지만 최고학년 선배, 여기에 학생회장이란 역할은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낯섦은 언제나 두렵다. 새해는 누구나 처음이다. 새 학기, 새 학년, 새 역할 모든 게 새롭다. 학교는 바뀌지 않지만 내가 새롭게 바뀌어감에 따라 환경이 달라진다. 환경이 달라질 때 익숙한 사람은 없다.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환경은 두렵기까지 하다. 결국 새로운 나를 마주해야 한다. 그 새로운 내가 학교생활을 잘할 수 있을지 모르는 사실이 바로 두려움인 것 같다. 사실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에 가서 학교생활을 할 거다. 만약 잘하지 못한다면 그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으니까. 결국 내게 닥칠 시련은 내가 성장하기 위한 밑거름일 뿐이라고 본다. 돌이켜보면 학교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련을 겪었다. 거의 모든 게 학기 초반에 이뤄졌다. 낯섦에 적응하는 게 좀 늦어서 그랬다. <일기의 힘>에서의 이야기 역시도 낯섦에서 비롯되었고 올해 역시 낯섦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내가 그걸 마주하고 이겨낸다면 나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이다. 조금 거창하지만, 만약 이런 시련이 찾아오더라도 온몸으로 맞설 생각이다.


이 낯섦이 적응될 때쯤이면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게 느껴질 게 분명하다. 한 친구는 자기 전에 졸업식 생각을 한다 했다. 낯섦에 적응돼 익숙해질 때 떠나야 하는 것이다. 낯섦은 언제나 새롭게 찾아온다. 마지막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 것 같은데, 마지막 학년인 만큼 학교에서 깽판 부리고 싶지는 않다. 나에게 주어진 것 그 이상을 해내며 마지막 한 해를 보내고 싶다.


가끔씩 학교의 교육과정이나 철학을 잘 알지 못한 채 대안학교가 뭐가 좋은지, 너한테 남는 게 뭔지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도 사람인만큼 흔들리기도 했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게 과연 무엇일까 생각하는 시간도 많았다. 하지만 내 선택이다. 내 선택이 맞고 틀렸는지는 나만이 판단할 수 있다. 게다가 학교의 교육과정을 모두 마치지 못한 채 대안학교의 단점만 보게 되면 편향이 심해질 뿐이다. 이야기가 조금 샜지만, 이건 내가 대안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게 자랑스러운 이유다. 대안학교에 오지 않았다면 한쪽 이야기만 듣고 판단했을 내가 대안학교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며 스스로 내 선택에 대해 묻고 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학교의 교육과정을 모두 이수해 보고 내가 무엇을 얻었는지 생각해 보면 답은 나와 있다.


나는 다시 오지 않을 중고등학생 시절을
대안학교에서 보낼 것이다.


마지막 1년이 와닿지 않으면서도 대안학교에서 배움을 얻어 졸업한다는 생각을 해보면 내가 자랑스럽다. 개학이 기대된다. 어쩌면 이번에 드는 낯섦이란 감정은 설렘과 기대가 모여 낯섦이란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로 오는 후배들을 만나 인사할 생각에 즐겁기도 하다. 마지막이지만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막살지 않으려 한다. 내가 선배들에의 영향을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며 5년 동안 걸은 길을 돌아볼 것이다. 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으면 5년 동안 잘 배운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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