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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Feb 22. 2023

인간은 너무나 보잘것없다.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빌 브라이슨

제목 그대로다. 긴 역사를 가진 우주에는 지구라는 푸른 별이 있고 그 안에는 스스로 위대하다 여기는 생명체인 인간이 살고 있다.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이 출현하고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은 너무나 하찮다. 이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우주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등등 인간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를 다루고 있다. 과학 교양서인 만큼 어려운 과학 용어가 많이 나오며 과학과 관련된 역사의 흐름을 긴 호흡으로 살펴보게 된다. 그렇기에 과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책을 읽기엔 조금 어려운 감이 있었으나 오히려 이런 역사들을 살펴보면서 인간이 우주, 하다 못해 지구 안에서도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책에서는 과학 원리, 세포의 단위 등 쉽게 이해하기는 벅찬 용어가 꽤 등장한다. 조금은 뻔한 표현일지 몰라도 도 이런 용어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아보며 지식의 폭이 넓어졌고 다른 과학 교양서에도 손을 댈 수 있을 거란 느낌이 든다. 저자 빌 브라이슨은 서문에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라고 토로하며 과학자들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는가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년이란 시간을 보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오로지 자연 현상 등의 과학과 관련된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닌 누가 어떻게 발견했고 어떤 방법을 써서 '문제'를 해결했는지 말하고 있다. 


책에서 우주의 탄생부터 호모 에렉투스에 이르기까지를 살펴보았을 때 우리 인간은 너무나 보잘것없다는 걸 알고 회의감이 들었다. 도대체 인간은 왜 살아가는 것인가란 원론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안타깝게도 그 대답은 정자와 난자가 만날 때 가장 먼저 도달했기 때문이라는 답이었다. 그러나 여기서 더 생각해 본다면 세포로 이루어진 나라고 해도 나의 부모님이, 부모님의 부모님이, 그 부모님의 부모님이 짝을 찾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기에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나라는 존재는 보잘것없는 인간이지만 우연에 우연이 더해 만들어진 산물이니 지금 주어진 생애를 열심히 살아가야겠단 생각도 했다. 


그래도 인간은 인간이다. 얼마 전 읽었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소설의 여파인지 마지막 장에 나왔던 도도새에 관한 언급에서 쉽사리 빠져나올 수 없었다. 날지 못하는 도도새는 인간의 잔혹함에 의해 멸종할 수밖에 없었는데 인간은 자신이 먹이사슬의 위에 있다고 생각하며 보다 약한 생물들에게 피해를 준다. 사실 '피해'라는 표현도 꽤 순화되었다. 멸종에 직, 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인간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간다. 나 역시 그런 인간으로 살았으니 할 말은 없으나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이후로 지구는 바뀌었다. 그것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간에 말이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인간의 삶은 너무나 짧다. 파도가 치며 물방울이 튀는 그 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순간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살아가고 있다. 인간이 아닌 세포들이 살아간다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른다. 솔직히 말해 혼란스럽다. 거의 모든 것, 특히 우주와 관련된 역사를 보면 천문학적인 숫자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수명이 100년이라고 가정한다면 너무나 초라하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인간, 그중에서도 각각의 '나'는 운명에 의해 선택된 것이다. 선택된 '나'들은 인간이고 인간은 여기 지구에 존재하는 생물 중 가장 뛰어나다. 그러나 저자가 언급하듯 우리가 우주에 살아 있는 것은 가장 훌륭한 성과이면서, 동시에 최악의 공포스러운 존재란 사실을 생각하면 썩 기쁘지만은 않다. 


사실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하찮은지에 관해 사유했기에 과학 용어를 사용하며 글을 쓰기에는 아직까진 어색하다. 인간은 왜 사는지에 대한 원론적 질문, 인간이 생물들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정도만 알아도 충분할 것 같다. 교양서인 만큼 계속해서 읽어봐야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만큼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인간은 한 치 앞도 보지 못하는 보잘것없는 생명체니까. 먼 우주에서 봤을 때 우리는 모두 평범하다. 하지만 아무리 평범한 것이라도 그것을 운명이라 생각한다면 아주 특별하게 보일 것이다. <인간 실격>이라는 책의 한 구절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 다자이 오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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