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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Dec 29. 2022

사회는 아름답지 않다.

경찰관 속으로- 원도

책은 가벼웠지만 안에든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을 먹먹하게, 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매일 파출소로 출근하는 경찰의 이야기를 담은 <경찰관 속으로>라는 책을 읽은 후에든 느낌이었다. 이것은 원도(필명)라는 경찰관이 자신의 경험을 녹여낸 책이다. 여러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들이 주는 여운은 상당하다.      


이야기의 힘이 너무나 세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아니 관심이 없었던 사회를 경찰관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이 책을 보면 가슴이 미어진다. 심지어는 괴롭기까지 하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이 사회는 발랄한 느낌이 가득한 그런 영화가 아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고통이 사회적 약자들에게만 찾아온다. 시작부터 결말까지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영화.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을 것 같은 영화. 그건 바로 우리 사회다.    

  

책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 있다. 이 때문일까. 조곤조곤 말하며 경찰관이라는 직업 때문에 받았던 모멸과 핍박을 담는 문장이 너무나 안타까웠다. 말하듯이 담담하게 문장을 풀어나가며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라 생각하는데, 이걸 좋은 책이라 표현하는 게 맞나 고민하며 좋은 책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게 너무나 미안하다. 어쩌면 우리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지독하리만치 관심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 데이트 폭력을 당한 여성, 차에 깔려 세상을 떠난 어린아이, 술을 마시고 가정폭력을 일삼는 부모의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 아이 등 알고는 있지만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있다. 그리고 경찰관이기 전에 한 명의 사람이기도 한 이 작가는 경찰관이라 중립을 지켜야 했던 일, 경찰관이라 이렇게밖에 못했던 일을 이야기하며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옛날에 기사를 봤다. 어디선가 발생한 칼부림 사건에 관한 기사였는데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이 테이저건으로 제대로 진압하지 못해 비난하는 기사였다. 이 사건에 관련해 책에서 말하길 테이저건을 쏴본 건 실습 이후 단 한 번도 없다총알 카트리지쉽게 말해 총알이 비싸다고 못 쓰게 한다는 것이다.” 이게 현실이다. 우리는 누구를 비난해야 할까? 어느 한 면만 보고 너무나도 쉽게 판단한 건 아닐까? 여기에 한 술 더 떠 “경찰은 총을 쏘는 게 아니고 던진다.”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총을 쏴서 범인이 다치면 그에 따른 민, 형사적 책임을 그 경찰 한 명이 온전하게 지게 되니까.      


우리는 현장의 영웅을 바란다. 그런데 이런 사회에서 누가 적극적으로 나설까? 영웅을 원하면 영웅이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줘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다시 묻고 싶다. 우리는 그 경찰관을 비난할 수 있을까?      


책의 문장이 너무나 담담했고 그래서 더 슬펐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앞서 본 문장이 계속해서 생각났다. 마음에 형태가 있다면 그것을 사포로 문지르는 느낌이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린 듯했다. 쓰라렸고 이런 사회를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나의 일이 아니라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회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들었을 당시에도 와닿았지만 지금 글을 쓰는 순간에는 알 수 없는 전율이 돋고 부끄러움과 쓰라림이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렇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직업이 책에서 말하는 경찰관이다. 세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진상들에게 입에 올리지도 못할 폭언을 듣고 인간으로 존중받지 못한다. 경찰관도 인간이다. 존중받아야 한다. 세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돈이 사람 위에 있으면 안 된다. 사소한 행동 하나로, 짧은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큰지 알면서도 굳이 남에게 상처를 주는 이유는 뭘까? 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이 사회는 아름답지 못하다. 헐뜯은 살들은 조각이 되어 땅에 널브러진다. 경찰관은 그 조각들을 보듬고 헐뜯는 이들을 중재한다. 그러나 비난의 화살은 경찰관으로 옮겨갈 뿐이다.      


경찰관도 사람이다. 사람과 경찰의 관점에서 쓰여 안타깝다. 책에서 많은 걸 느끼고 그에 따른 방향성에 대해 생각한 걸 모두 설명할 수 없어도 이것만은 쓰고 싶다. 우리 사회를 가꾸어 나가려면 관심이 필요하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필자는 세상을 사는 사람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세상엔 수많은 일이 있으며 여기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된다. 아름답지 않은 이 사회가 과거가 되는 순간이 오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순간이 오면 과거를 놓아주자. 품고 있는 과거가 너무 무거우면 현재를 살아갈 힘이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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